신변잡기2018. 7. 12. 04:24

우연


얼음처럼 차갑고

겨울처럼 메마르다.


갑자기 사라지고

우연히 나타나고


목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지만


먼저 살았던 시간의 거리만큼

눈 앞에 너가 멀게만 느껴진다.


연락도 받지 않는 너 때문에

잠들지 못하고,

여러 밤이 흘렀다.


바람은 습하고

밤은 깊어가는데


너는 또 어디론가 사라졌다.


현실


노력으로 극복되지 않는,

철벽같은 구간이 있다.


무엇을 걸어야만,

내가 그 지점을 뛰어 넘을 수 있는걸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일까.

순응하는 것이 맞는건가?


오늘도 생각이 복잡하다.


목격자


사고가 났다.


목격자도 없고,

빛도 없고,

시간도 흐르지 않았다.


멍한 눈빛으로,

무언가가 눈동자를 계속해서 가로질렀다.


너는 어디에,

그리고 나는 어디로.


어둔 밤,

방 안에 빛이 밝다.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8. 7. 11. 14:22

신림동


신림동은 20년을 살았던 내 고향이자,

수 많은 싱글가구들의 제2의 고향이다.


서울대생, 고시생들을 비롯해서,

지방에서 괴나리봇짐 들고,

부푼 마음으로 상경한 분들,


무슨 사연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팔에 이레즈미 장르 타투가 가득한,

잉어, 용, 도깨비를 키우시는 분들.


그리고 나 같은 신림동 로컬까지.


신림은 아마,

서울에서 가장 여러 종류의 사람이 뒤섞인,

멜팅팟이지 않을까,


비슷한 느낌을 찾아보자면,

강북의 면목동, 화곡동, 수유 정도?


그 멜팅팟 속에서,

아는 이들에게는 쉽게 얘기하지 못하는,

각자의 상처가 소주 한 잔과 뒤섞인다.


REQUIEM FOR A DREAM (2000)


진혼곡,


영화 내내 등장하는,

지속적인 편집과 연출 방식 때문에,

영화가 끝나고 두통이 찾아왔다.


영화를 보기만 한 내가 약 때린 느낌이 들고,

인물들이 갈망하는 결코 허황되지 않은,

간절한 꿈들과 욕망의 뒤섞임.


그리고 영화 후반부부터 깔리는,

영화 제목을 상기시키는,

현악기 소리 가득한 사운드까지.


이게 무려 18년 전에 나온 영화라니,

패션의 오뜨꾸뛰르처럼,

너무 자극적이어서 대중적이지는 못했지만,


여러 대중적인 작품들에,

영향을 끼친 것은 명백.


편력과 역마


폭발하는 호기심

끊임없는 편력


여기저기, 이것저것

내가 바로 그 불나방.


어딘가에 오래 살 마음도 잘 들지 않고,

어딘가에 오래 소속되고 싶은 맘도 없다.


하루하루 여행자처럼,

많은 사람과 많은 곳들을 편력하고,


수 많은 사람과 장소를 탐닉하기에,

짧은 인생인 것이다!


가즈아! 산초판사야!


아니다, 내게는 그닥 Don Quixote 같은,

이상은 없으니,


차라리 조르바,


보쓰! 그 저울은 던져버리고,

크레타 섬으로 갑시다아.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8. 7. 5. 19:18

떠나고 싶다.


창살없는 감옥 같다.

시공간의 테두리가 견고하다.


파리로, 베를린으로, 이스탄불로.

로스앤젤레스로, 뉴욕으로, 플로리다로.


떠나고 싶다.


가까운 삿포로부터 시작해서,

오키나와까지, 기차와 비행기를 갈아타며.


떠나고 싶다.


경주로 떠나 고요한 진평왕릉 벤치에서,

낯선 인연을 만나길 기대해보기도 하고,


속초에 도착해서 소담스러운 음식들,

양양 낙산사에서 태평양으로 흐르고 싶어하는,

새파란 동해의 야심을 헤아려보고,


새처럼 계절에 맞춰 훌쩍 떠나고 싶다.


이유


"싸워야 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싸워야 할 이유다"


내 이유는 무엇일까.

권태와 공허를 극복하고, 인내해야 하며,

내가 지켜야할 것은 무엇일까


내 안에는 아무도, 아무 것도 없다.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 조차 없다" 까지,


지금 내 손에 귤이 없다는 사실 조차 잊은,

생각의 진공상태까지 도달해야 한다.


도시의 매력


새로운 누군가를 쉽게 만날 수 있고,

발견하게 되는 기호적인 취향들.


자갈 부딪히는 소리가 가득한,

오스트레일리아의 메마른 사막.


적막과 쏟아지는 소금밭 같은 별 하늘,

요세미티의 밤하늘과 뉴욕의 야경이 스친다.

Posted by Hoil 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