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2016. 10. 12. 06:07

#신변잡기 03. 어짜피 해야할 것이라면.


어짜피 해야할 것이라면, 지금 당장 해버리는게 더 낫지 않을까?

안하면 죽기전에 후회할 것 같다면, 자꾸 계산때려가며 미룬다기보단 그냥 지금 해버리는게 낫지 않을까?

무언가를 위한 무언가를 하지 말라고 하지만, 왜 굳이 내 삶인데 남의 말에 그렇게 신경을 써야 할까?


If not now, when?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6. 10. 8. 19:57

#신변잡기02. 가을 VIBE


갑작스럽게 찬 공기가 하루가 다르게 더 차가워진다. 지난 달에 어떻게 그랬냐는 듯이 어떤 날을 기점으로 기온은 뚝떨어졌고, 갑작스런 가을의 기습공격에 하나 둘 씩 여러가지 기억들이 끓어오르기 시작. 가을이면 길은 노랗게 물들곤 했다. 은행은 떨어지고 그 역겨운 냄새를 맡으며 염병할 내 신발에는 붙지않기를 바라곤 했음. 가을에 어울리는 향수로 바꿔보기도하고, 사태의 강제가 엄습하여 지난 가을의 기억들이 떠오르기도한다. 지나간 너의 기억들이 떠올라 같이 걸었던 성균관대 뒷산 산책로는 마을버스가 겨우 다닐 정도로 좁은 2차선 꾸불꾸불 언덕길이었는데, 그 길을 걸으며 난 너에게 얘기를 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Five Star Brewing 카페는 여전히 그대로고, 그곳을 아주 가끔가다 지날 때면 괜히 한 번 너를 상기시킨다. 경리단에도 자주 갔었는데, 처음에 너는 왜 녹사평으로 오라그러냐며 주변의 친구들 조차 의아하게 생각했다고는 했고, 거기에 뭐가 있는지 전혀 모른다고 했다. 조금 탄 브라우니를 발렌타인 선물로 받았던 베를린도 그대로. 어딜 가나 기억이 찾아오는 그런 가을 날들. 그러고보니 ICN에서는 딱히 너를 떠올릴 기억이 없는 것 같고, 온통 백지의 기억 조각들이다.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6. 10. 8. 08:30

#신변잡기01. 우울증 VIBE


1평 정도 될 만한 공간에서 3대의 모니터와 1대의 컴퓨터, 그리고 컴퓨터에 준하는 녹화장비 2대. 나를 제외하고 6대의 발열 장치로 둘러쌓인 세로 180센티미터 정도의 침상에 누워, 하루 12시간 정도를 보낸다. 출근을 하고 지저분해진 방을 정리하고, 가까운 로스터리 카페 롬버스로 가서 따뜻한 예가체프 한 잔을 시키고, 커피가 나올 때까지 카페 구석구석을 관찰하다, 커피가 찰랑이는 트레이를 들고 지하로 내려간다. 롬버스 지하 1층은 70평 정도 되보이는 공간인데, 굳이 많은 테이블을 꽉꽉 채워넣지 않았고, 테이블 당 면적으로 치면 가장 인하대 후문에서 가장 주인이 돈이 많아보이는 카페 정도로 얘기할 수 있다. 그런 롬버스에서 50분간 인천 1호선, 그리고 수인선, 그다음 버스. 2번의 환승을 거치며 미처 정리하지 못한 생각 속에 더 깊이 파고든다.


주로 이 지겨운 라이프 루틴을 언제쯤 깰 수 있을지 예측해보는 재무 프로젝션 그리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 발굴을 위한 관심가는 시장 시장 및 산업 리서치, 그리고 결국 결론은 자금과 신용을 극대화해서 다 써버린 현재로 뫼비우스의 띄처럼 되돌아온다. 그러고 나면 예가체프 한 잔을 모두 비우게 되고, 슬슬 배가 고파온다. 오늘은 뭘 먹을까를 생각하며 트레이를 1층에 반납한다. 밖으로 나와 맑은 날씨를 감상하며, 다시 가게로 돌아간다. 이때쯤이면 오후 4~5시쯤인데, 고등학생들이 학교를 마치고 한 번 훑고 지나간 시간이라 조금 지저분해 있다.


그렇게 정리를 또 마치고 나면, 1층 곱창집 사장님이 나와서 오픈 준비를 마치는 시점이다. 오늘은 뭘 먹을까라는 생각으로 돌아가고, 나는 곱창이 먹고싶다. 하지만 곱창은 2인분 부터인 것을 어찌하리. 결론은 가성비 좋은 치킨마요곱빼기다. 다시 1평 남짓한 공간으로 돌아와 밥을 먹고, 그 때부터는 무한 소셜미디어 소비 시간이 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시작해서, 트위터, 빙글 그리고 네이버와 다음 뉴스를 모두 체크하고, 카카오 채널까지 훑어보고, 도저히 할 게 없으면 유튜브를 본다. 지난 달만 해도 책을 열심히 봤지만, 어느 순간부터인지 책이 눈에 들어오지않아, 도서관에서 빌린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바꾸었는가라는 책은 아직도 챕터 2에 멈춰있다.


마감을 할 때 쯔음 글자 그대로 돈을 쓸어담고, 집으로 오는 버스에서는 한창 센치해진다. 마치 모든 것이 의미가 없고, 내 젊은 하루하루가 이렇게 흘러가버린다는게 속이 상하는 것. 요즘은 그런 하루하루가 내 정신을 좀먹어가고 있는 중이다.

Posted by Hoil 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