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2018. 7. 5. 19:18

떠나고 싶다.


창살없는 감옥 같다.

시공간의 테두리가 견고하다.


파리로, 베를린으로, 이스탄불로.

로스앤젤레스로, 뉴욕으로, 플로리다로.


떠나고 싶다.


가까운 삿포로부터 시작해서,

오키나와까지, 기차와 비행기를 갈아타며.


떠나고 싶다.


경주로 떠나 고요한 진평왕릉 벤치에서,

낯선 인연을 만나길 기대해보기도 하고,


속초에 도착해서 소담스러운 음식들,

양양 낙산사에서 태평양으로 흐르고 싶어하는,

새파란 동해의 야심을 헤아려보고,


새처럼 계절에 맞춰 훌쩍 떠나고 싶다.


이유


"싸워야 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싸워야 할 이유다"


내 이유는 무엇일까.

권태와 공허를 극복하고, 인내해야 하며,

내가 지켜야할 것은 무엇일까


내 안에는 아무도, 아무 것도 없다.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 조차 없다" 까지,


지금 내 손에 귤이 없다는 사실 조차 잊은,

생각의 진공상태까지 도달해야 한다.


도시의 매력


새로운 누군가를 쉽게 만날 수 있고,

발견하게 되는 기호적인 취향들.


자갈 부딪히는 소리가 가득한,

오스트레일리아의 메마른 사막.


적막과 쏟아지는 소금밭 같은 별 하늘,

요세미티의 밤하늘과 뉴욕의 야경이 스친다.

Posted by Hoil 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