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들
상반기가 완전히 지나가고,
아쉬움이 한숨을 불러일으키고,
7월이 시작된다.
이제는 좀 가즈아.
비가 연이틀 주륵주륵 내리고,
뜨거운 햇살이 다시 얼굴을 비추었다.
태양과 지구와의 거리,
태양은 몇도일까?
우주먼지인 나는,
운 좋게도 태양과 거리가 적당한,
지구라는 별에 하나의 유기체이고,
운 좋게도 숨쉬고 생각하고 기쁜 하루를,
아니, 그저 유전자 운반 기계로써,
하루하루 살아가는 무미건조한 시간을 보내는 동물.
늙음에 대한 저항
매일 30분 운동, 1일 1식
눈 앞에 보인다고 계속 먹지 않기,
늙어감에 저항하는,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들.
살을 빼고, 20대의 외모를 유지하기 위해서,
Sink or Swim
밀란쿤데라의 정체성에서 샹탈이 말한,
"남자들이 더이상 나를 처다보지 않아요"
라는 말의 의도와 감정을 알 수 있다.
위대한 개츠비
개츠비,
누군가에게는 벤츠타고 온 전남친,
미국인에게는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근본 정신이자,
수 많은 미국인들의 롤모델,
나는 누군가의 개츠비?
뼛속까지 속물근성을 드러내는 사람들이자,
낭만적 가면을 쓴 현실적인 인물들.
그리고 비운의 운명을 살다 떠난,
스캇피츠제럴드.
미국의 프랜차이즈인 대한민국에서,
나는 신흥부르주아가 되고자 하는,
거침없는 꿈을 꾼다.
삼십세
그 애는 언젠가,
자기 부모님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얘기하며,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얘기하신,
"너가 서른까지 시집을 못가면, 내가 너 데려갈께"
라는 거둬들이는 듯한, 비아냥거리는 멘트를 상기했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을 기억해두었다가,
우리가 헤어지고 나서,
어디선가 저녁식사를 한 번 할 때,
그 말을 그 애에게 되풀이 했다.
내년이면 그 애가 서른이 될텐데,
혹시나 그 말을 기억할런지 모르겠다.
이렇게 죽을 수도, 이렇게 살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고 했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화사 때문에 대란이 난 곱창을,
유명하다는 마장동 옆 왕십리에서 먹다가,
친구가 한 마디 했다.
"아니야 너는 생각이 많아"
"헐 어떻게 알았어?"
"생각이 많으니까 그렇게 글을 쓰지"
"음... 그런 것 같네"
생각이 많다는 것,
신중함의 장점이기도 하고,
주저하고 머뭇거리기의 고수라는 단점이기도 하고,
생각이 많은 것이 강점이 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이 있을까? 철학? 문학? 예술?
잘 모르겠다.
생각이 많은 만큼 나는,
때로는 사려깊고, 때려는 신중하며, 분석적이고,
가끔은 인사이트도 있다.
그러나,
너무 주저하고, 실행하지 못하며,
자가당착에 빠지는 일이 많다.
남들은 일단 말을 뱉어놓으면 실행한다고 하지만,
나는 뱉어놓고 두렵고 주저하느라 실행하지 못한 적이 꽤 많다.
다음 타투는 무엇으로 하나
타투를 하게 된 후로,
늘, 다음 타투는 무엇을 하나라는 생각을 품고 산다.
돈키호테, 에곤쉴레, 살바도르 달리, 르네마그리트 등,
여러 예술가와 작가, 그리고 작품들을 생각해봤으나,
뭐니뭐니해도, 위대한 개츠비 아닐까?
앞에 했던 2개의 타투는 정밀묘사한 형태라,
이번 타투는 조금 추상적으로 하고 싶은데,
위대한 개츠비를 추상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 타투이스트가 있을까?
도안비까지 하면 비용이 좀 많이 깨지겠다.
버티기의 끝자락
이번 달 말이면,
드디어 현금이 마른다.
'드디어' 라고 하는 이유는,
아마도 옛날에 들었던 생각 때문에.
내가 갖고 있는 자산이,
탐, 진, 치 + 화의 근원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차라리 내가 갖고 있는 자산을 다 탕진해버리고,
"빨리 내가 가진 이 자산들이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정말로 없고 나니까,
나한테 달라 붙는 사람도 없고,
가까운 사람과 불필요한 갈등도 생기지 않는다.
나에 대한 엄한 기대도 하지 않고,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
이제, 마침내 바닥이 다져졌다.
완전히 끝.
Nothing to lose.
1억이 넘는 그까짓 작은 돈,
예전에 어디선가 들었었던,
그 말이 기억난다.
"우리 400조 가야되니까, 그런 작은 실수에 연연해하지마"
예, 저는 400조 가야되고요,
아니 애플이 벌써 1,000조 원을 넘겼으니까. 1,000조를 가야 한다.
미친, 장난?
그러려면 전세계인이 내 제품을 소비하고,
사랑하고, 투자자들 또한 내 회사에 돈 넣기 바빠야 하는데,
역사적으로 그런 기업이 되기까지는 미니멈 30년~40년은 걸려왔다.
30년~40년? 그정도 쓸 자신 없음.
난 딱 10년만 개고생하고,
40대 이전에 신흥부르주아가 되어,
예술하고, 좋은 일 하고 살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