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2018. 7. 3. 22:54

작년과 같은 패턴


같은 실수를 또 반복하는 것인지 두려워졌다.

작년 이 때 쯔음 이었을꺼다.


욕조의 마개를 뽑아버린 듯,

영혼이 빠져나가버린 것이.


귀신에 홀린 것 마냥,

이전의 내 판단 기준들을 다 제쳐버리고,


나는 빈 배처럼 텅 비어,

매미의 허울이 되어 버렸고,


욕망의 껍데기만 남아,

내 마음 가는 대로 매우 충동의 덩어리가 되었던,

작년의 그 여름의 입구에서부터.


분명 오늘과 같은 느낌을 받고,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집에 들어왔었고,


"오빠 너무 멀어요" 라는 말에,

바로 이사를 결심하고,


다음날 도이치모터스 매장에 가서,

7천만 원이 넘는 BMW 5시리즈를 충동구매 해버린 것도,

크리티컬한 그 한 마디 때문이었다.


서른, 나 뭐하고 있는거지?


욕망이 가는 대로 행동했던 지난 1년과,

머리에 구멍이 뚫리도록 고민 했던 최근 3개월.


여전히 나는 답을 못찾았고,

내가 사랑하는 여름이 되자,

또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가슴 속에서 또 다른 내가 미쳐날뛰고 있다.


내 마음 속은 파리의 구더기처럼,

수 많은 욕망의 조각들이 꿈틀거리고,


청춘의 트라이앵글이 소용돌이치는데,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


내 삶의 하이라이트로 도배된 내 방의 한 쪽 벽과,

스스로를 다그치기 위한 누군가의 사명 선언서.


무엇인가를 다시 찾아와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다시 해야만 할 동기를 찾고자,

불나방처럼 밤마다 떠돌던 나는,


"이것도 아닌가" 라는 상처만 남은채로,

관심을 갈망하고, 과거의 나를 희구한다.


Sink OR Swim


오타니가 슬럼프에서 헤메일 때,

류현진이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라고 말했다.


가라앉던가, 계속 헤엄 치던가.

선택해야 한다.


물이 싫은 물고기는,

헤엄치기를 거부하기도 하고,


반대로 개츠비는,

조금 지저분해지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금주령을 어겨가며, 운명을 스스로 극복해냈다.


받아들이기 싫고,

외면하고, 회피하고, 부정하고,


스스로의 상상 속에 가둬 지낸지,

벌써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는지.


서른의 나는 또 어디서 헤메이고 있니?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8. 7. 3. 17:43

무더운 날들


상반기가 완전히 지나가고,

아쉬움이 한숨을 불러일으키고,

7월이 시작된다.


이제는 좀 가즈아.


비가 연이틀 주륵주륵 내리고,

뜨거운 햇살이 다시 얼굴을 비추었다.


태양과 지구와의 거리,

태양은 몇도일까?


우주먼지인 나는,

운 좋게도 태양과 거리가 적당한,

지구라는 별에 하나의 유기체이고,

운 좋게도 숨쉬고 생각하고 기쁜 하루를,


아니, 그저 유전자 운반 기계로써,

하루하루 살아가는 무미건조한 시간을 보내는 동물.


늙음에 대한 저항


매일 30분 운동, 1일 1식

눈 앞에 보인다고 계속 먹지 않기,


늙어감에 저항하는,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들.


살을 빼고, 20대의 외모를 유지하기 위해서,

Sink or Swim


밀란쿤데라의 정체성에서 샹탈이 말한,

"남자들이 더이상 나를 처다보지 않아요"

라는 말의 의도와 감정을 알 수 있다.


위대한 개츠비


개츠비,


누군가에게는 벤츠타고 온 전남친,

미국인에게는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근본 정신이자,

수 많은 미국인들의 롤모델,


나는 누군가의 개츠비?

뼛속까지 속물근성을 드러내는 사람들이자,

낭만적 가면을 쓴 현실적인 인물들.


그리고 비운의 운명을 살다 떠난,

스캇피츠제럴드.


미국의 프랜차이즈인 대한민국에서,

나는 신흥부르주아가 되고자 하는,

거침없는 꿈을 꾼다.


삼십세


그 애는 언젠가,

자기 부모님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얘기하며,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얘기하신,

"너가 서른까지 시집을 못가면, 내가 너 데려갈께"

라는 거둬들이는 듯한, 비아냥거리는 멘트를 상기했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을 기억해두었다가,

우리가 헤어지고 나서,


어디선가 저녁식사를 한 번 할 때,

그 말을 그 애에게 되풀이 했다.


내년이면 그 애가 서른이 될텐데,

혹시나 그 말을 기억할런지 모르겠다.


이렇게 죽을 수도, 이렇게 살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고 했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화사 때문에 대란이 난 곱창을,

유명하다는 마장동 옆 왕십리에서 먹다가,

친구가 한 마디 했다.


"아니야 너는 생각이 많아"

"헐 어떻게 알았어?"

"생각이 많으니까 그렇게 글을 쓰지"

"음... 그런 것 같네"


생각이 많다는 것,

신중함의 장점이기도 하고,

주저하고 머뭇거리기의 고수라는 단점이기도 하고,


생각이 많은 것이 강점이 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이 있을까? 철학? 문학? 예술?

잘 모르겠다.


생각이 많은 만큼 나는,

때로는 사려깊고, 때려는 신중하며, 분석적이고,

가끔은 인사이트도 있다.


그러나,

너무 주저하고, 실행하지 못하며,

자가당착에 빠지는 일이 많다.


남들은 일단 말을 뱉어놓으면 실행한다고 하지만,

나는 뱉어놓고 두렵고 주저하느라 실행하지 못한 적이 꽤 많다.


다음 타투는 무엇으로 하나


타투를 하게 된 후로,

늘, 다음 타투는 무엇을 하나라는 생각을 품고 산다.


돈키호테, 에곤쉴레, 살바도르 달리, 르네마그리트 등,

여러 예술가와 작가, 그리고 작품들을 생각해봤으나,


뭐니뭐니해도, 위대한 개츠비 아닐까?

앞에 했던 2개의 타투는 정밀묘사한 형태라,


이번 타투는 조금 추상적으로 하고 싶은데,

위대한 개츠비를 추상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 타투이스트가 있을까?


도안비까지 하면 비용이 좀 많이 깨지겠다.


버티기의 끝자락


이번 달 말이면,

드디어 현금이 마른다.


'드디어' 라고 하는 이유는,

아마도 옛날에 들었던 생각 때문에.


내가 갖고 있는 자산이,

탐, 진, 치 + 화의 근원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차라리 내가 갖고 있는 자산을 다 탕진해버리고,

"빨리 내가 가진 이 자산들이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정말로 없고 나니까,

나한테 달라 붙는 사람도 없고,

가까운 사람과 불필요한 갈등도 생기지 않는다.


나에 대한 엄한 기대도 하지 않고,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


이제, 마침내 바닥이 다져졌다.

완전히 끝.


Nothing to lose.

1억이 넘는 그까짓 작은 돈,


예전에 어디선가 들었었던,

그 말이 기억난다.


"우리 400조 가야되니까, 그런 작은 실수에 연연해하지마"

예, 저는 400조 가야되고요,

아니 애플이 벌써 1,000조 원을 넘겼으니까. 1,000조를 가야 한다.


미친, 장난?

그러려면 전세계인이 내 제품을 소비하고,

사랑하고, 투자자들 또한 내 회사에 돈 넣기 바빠야 하는데,

역사적으로 그런 기업이 되기까지는 미니멈 30년~40년은 걸려왔다.


30년~40년? 그정도 쓸 자신 없음.

난 딱 10년만 개고생하고,


40대 이전에 신흥부르주아가 되어,

예술하고, 좋은 일 하고 살꺼임.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8. 6. 26. 22:01

신변잡기 33.


또 다시 시작


갑작스런 사건이 일어났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서 내 일상을 휘저어놓고 사라졌다.

난 또 상처를 주는 행동을 반복했고,

그 댓가로 내 일상은 다시 헝크러져 버렸다.


작년에 했던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 싫어서,

나는 상처를 주는 것을 택했고,

그 사람은 받아들였다.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 같은 사람처럼,

직진만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의 진지한 감정을 실수로 받아들인 내 책임이다.


어디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나?


상반기가 끝나가고 있다. 

내 30대 전체의 5% 정도의 시간이 흘러갔고,

2018년의 50%가 흘러가고 있다.


벌써 한 해의 절반이나 흘렀다니,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게,

두렵고, 아쉽고, 답답하고, 조급해진다.


올해는 서둘러서 그릇친 일도 많았고,

내 마음을 통제하지 못해서 무너진 적도 많았다.

무너지고 나서 한 동안을 다시 일어나지 못해,

가만히 누워서 한 달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봐도, 새로운 대안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내 결정, 내가 해야 할 선택, 내가 직진할 방향,

여러가지가 복잡하고 얼키설키 뒤엉켜있다.


잘 되어야 할 이유, 근본적 동기가 부족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20대는 어떻게 그렇게 헌신적이고, 열정으로 가득차며,

마음가는 대로 행동을 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 반대로 지금은 뒤엉킨 감정과 생각들이,

매일 같이 파도처럼 일렁이며,

나도 조만간, 빨리, 멀리, 원하는 것들을 이뤄낼 수 있는,

기회가 오기만을, 상황이 변하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나 상황은 나의 편이 아니고,

점점 진행될 수록 악화되어져 가는 내 주변 상황들이,

답답하고, 자포자기하게 만들어버리기 일쑤다.


내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29살에 내 돈으로 모아서 처음 샀던 BMW 신형 5시리즈,

세상에서 가장 이뻤던 여친,

가족들과 함께 보낸 2주짜리 해외여행,


모두 다 그립고, 아쉽고, 한 때의 순간이자 추억이지만,

지속가능함이 결여되어 있는, 

현실적 욕망에 충실했던 YOLO 라이프였다.


이제는 짜증나고 답답한 대상도 없고,

무기력이 학습되어,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상처받기 쉬운,

외부에서 오는 자극에 내 힘으로 대응할 수 없고,

흘러가는대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순간...


여기서 무엇이 더 악화될 수 있을까?

마지막 남은 나와 내 가족의 건강마저 악화되는 것이,

현재로썬 최악의 변수이다.


난 더이상의 미련도 딱히 없으며,

원하지도 않고, 내 마음을 움직일만한 무엇인가가 없는 상태,

허무와 공허, 빈 배처럼 텅 비어버린 내 마음,


타닥거리는 키보드 소리만이,

내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유일한 자극이다.



Posted by Hoil 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