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2017. 3. 8. 15:06

"그냥 바닥에 처박던지 위로 던져" -주사위, E Sens


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뭐 늘 흔하게 페북 피드 보면서 시간 죽이다가.

어제는 지나버린 20대를 통째로 잘못살았다고 생각했다. 맞다. 10년 통째로.

목적지를 향해서 갔어야 했다. 근데 갈수록 자꾸 달콤한 것들이 나타나서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났다.

남은 것은 상각된 젊음과 그에 대한 보상으로 젊음의 가치와는 절대 비교할 수 없는,

그냥 동시대를 사는 또래들보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도토리키재기 수준의 돈.

열심히 했고, 나름 스마트하다고 생각한 방법으로, 전략적으로 왔는데, 이 길이 아니었다.

아니, 길의 수준이 아니라 애초에 이 세계가 아니었다. 세계관 자체가 잘못됐다.

그냥 디스토피아 속에 원오브뎀. 애초에 이걸 생각한 것은 아니었는데.


크게 걸어 보던가, 아니면 집에 가야겠다.

마윈이 그랬는데, 그들의 삶은 기다리다가 끝이 난단다.

손에 쥔거 안놓고 아등바등 살아도.

원하는 것 못 갖고 평생 탐.진.치에 빠져서 헛되이 고구마 답답이로 살게 뻔하다.

다다음주면 어느덧 1년이 다되어가니, 할만큼 했다.

정리되는데로 시마이하고. 잃을게 없는 상태로.


운명을 바꾸기 위해 목숨을 걸어본 자라면 덤벼라.

그자의 칼이라면 기꺼이 받겠다.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6. 12. 25. 22:04
사랑에 관하여 배울 수 있다고, 마성의사슴이 추천해서(?) 읽게 된 책인데,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과연 나만 재미가 없는 것인지, 내 감수성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 책의 문제인 것인지 헷갈렸다.
10대 들이 볼만한 연애소설 정도로 생각했다.

도무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서, 찾고싶어졌다.
팟캐스트를 비롯해서 여러 리뷰를 찾아봤다.
다들 딸기숏케이크 부분을 인상깊게 본 것 같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이기적인 부분까지 모두 감싸안는 것인가.

결국 이 책을 다 보고나서, 이 책은 내가 스무살 쯔음 봤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면 보다 더 순수한 감수성으로 이 책을 접했을 것이고,
이 책이 알려주는 사랑에 대한 생각에 감동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러다 주인공과 같은 나이대에 내가 겪었던, 스무살 언저리 쯔음에 내가 했던 사랑들을 되짚어보고 싶어져, 추억을 뒤져봤다.
난 스무살 때 첫 여자친구를 만났는데, 그 때는 모든 것을 줘도 아깝지 않은 듯한 사랑을 했었다.
고생해가며 번, 없는 돈을 탈탈 털어 그녀에게 반지를 선물했고,
아무 이유 없이 키가 1미터는 되는 곰인형을 사들고 버스를 타고 집 앞까지 찾아가기도 하고,
없는 시간 쪼개는 것을 넘어, 아르바이트 시간을 어겨가면서 그녀를 집에 바래다주고,
뭐가 그리 좋은지, 지금 되돌아보면 모든 것을 내주는 사랑을 하곤 했었다.
그 때만 해도 난 인생의 환멸에 사로잡혀있어, 내가 가진 것은 그 애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했었던 만큼, 이별의 아픔은 정말 컸다.
총 맞은 듯한, 가슴이 뻥 뚫린 그런 느낌, 그 때 만큼 이별하고 펑펑 울었던 적도 없는 것 같다.
난 그 애를 엄청 사랑했지만, 그 애는 계속해서 멀어져만 가는 것을
나는
느꼈다.
그 후로 나는 누군가에게 내 모든 것을 주는 것을 어려워 하게 됐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의 연애 스타일은 180도 바뀌어서 마키아벨리즘에 가까웠다.
새로운 별에 들어가서 그 별을 황폐화시켰다.
그러다가 더이상 그 별이 버틸 수 없게 되면 떠났다.

그렇게 여러 착한 여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눈물이 나게 했다.
밖에서 한시간 반이나 기다리게 만들고,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었고, 내가 기분이 나쁘단 이유로 말을 하지 않고 있다가.
이유 조차 알려주지 않고, 상대방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나쁜 놈이 있나 싶다.

그러면서도 그 애는 내가 그렇게 좋다며, 나에게 10개의 편지를 남겼는데, 그 애는 나에게 모든 것을 내주면서, 나의 사랑을 받길 원했다.
어쩔 때는 정말 내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보고 싶다고 하던 그 애는, 그냥 내게 달려와서 안기고 싶다고 하던 그 애는,
가끔은 내가 그 애에게 전속력으로 달려가 주길 바랬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이기적인 면까지 감싸 않기도 하고,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과 사람, 관계 등 그 사람의 우주를 사랑하는 것인가.
세상에 마치 둘을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없는 그런 사람.

그리고 그동안 못다했던,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6. 10. 16. 08:06

#신변잡기 05. 혼란과 혼돈 그 이어서


창 밖에는 미세먼지와 안개가 가득하다. 난 자려고 눈을 감았다가 10분을 뒤척이다, 역시나 이대로는 평소와 같이 잠을 이루기 어렵겠다싶어, 노트북을 펴고 글을 쓰기로 했다. 마침 필요했던 배경음악은 뒤로 버튼을 잘못해서 한 번 더 눌렀더니 나오는 천재노창의 행이다.


20대가 이렇게 흘러가는게 안타깝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다. 무기력하고, 재미없고, 황금수갑을 찬 마냥 많은 돈과 내 젊음을 교환해나가고 있는 시기인데, 그럴 수록 삶은 자꾸 무의미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 생각이 처음 드는 것은 아니고, 예전에도 한창 돈을 잘 벌면서 회사를 다닐 때에도 들었었다. 그때도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하루들의 반복이었는데, 그때도 난 집에가는 버스에서 현재와 같은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몇 달째 이어져, 내 영혼을 파먹어가다 퇴사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다른 회사로부터 오퍼를 받고 퇴사를 회사에 통보하던 때. 그때 실장님에게도 이러한 무의미한 하루하루에 대해 털어놨었다. 그때 받았던 생각의 피드백은, '자네는 너무 스스로를 괴롭히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였는데, 그때 꽤나 그 피드백에 울림을 얻곤 했다.


삶이란건 애초에 한 번 뿐이기 때문에, 스케치이고, 밑그림이고, 완성된 그림을 본적도, 그려본적도 없기 때문에 무의미한 것이라고 밀란 쿤데라는 전했고, 니체도 비슷하게 얘기했다고 한다고 전해들은 것 같다.


빅터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 극한의 상황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투쟁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현재의 삶에서 의미를 찾는다? 사실 삶의 의미라는 것이 어떤 개념인지조차 헷갈린다. 삶의 의미? 그런게 있는가? 그냥 나 답게, 나 스스로에게 진실되게 살아가면 되는 것 아닌가. 사실 모호한 개념을 갖고 고민을 함으로써 스스로를 괴롭히고 벼랑 끝으로 자꾸 몰아가는 것을 즐기기 위해, 괜한 개념과 싸워가며 낑낑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말이다.


망원동 브라더스도,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도, 그리스인 조르바도, 내게 울림을 줬었다. 이 3권을 꿰뚫는 하나의 공통점이자 키워드는 현실에 그다지 얽매이지 않는 삶이다. 하지만 난 현실에 발을 딛고 있다 못해 현실이란 늪에 빠져 자본주의 시스템의 사고 방식 안에 갇혀있는 기분이다.


돈을 많이 벌으면 기분이 좋을까. 지금은 자고 일어나면 현금이 쌓이고는 있지만, 한 달을 주기로 빚을 갚아나가고 있으니, 밑빠진 독에 계속해서 물을 붓고 있는 기분이다. 그리고 쌓이는게 딱히 보이지는 않으니, 그다지 재미있는 것 같지도 않다. 삶에 의미는 없더라도 재미의 요소는 있어야 할텐데 말이다.


내년 이맘 때 쯤이면 사업 대출금은 전부 상환 할 것 같고, 그럼 그 다음은 전세 대출금을 상환하기로 마음을 먹을 것 같다. 그러다보면 어느 덧 내 젊은 마지막 20대는 빚갚느라 다 날아갈 것 같다. 이런거 나중에 나이 먹어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젊음의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그러면 내 행복은 도대체 언제쯤 찾아온다는 말인지. 지금 당장 행복해져야 하지 않을까. 몇년 뒤에 수중에 몇억이 있다 한들, 그때 가면 또 그 돈으로 레버리지를 껴서 무언가 자산을 매입할테고 또 다시 빚을 상환할테고, 그러다보면 또 젊은 날은 차츰차츰 저물어갈테고, 이런 싸이클이 몇번 반복되다보면 자꾸만 피폐해져갈 것 같다. 즉, 이런 싸이클의 반복으로 돌아가는 것은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시작하는 것은 신규 사업 발굴, 김범수 의장이 PC방을 운영하고 대출금을 갚아나갈 생각으로 계속 하루하루를 보냈다면, 한게임은 없었고, 카카오도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난 그와 유사한 트랙을 가고 있고, 머지 않아 나도 신규 사업 발굴에 집중을 해야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러고보니 하루하루는 잘 가는데, 한 달, 몇개월은 잘 안가는 것 같은 이 기분은, 마치 전역 하기 전에 병장의 기분이다. 아직 2호점을 개업한지 2개월 밖에 안되었다니.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6. 10. 12. 07:58

중국은 대학교 앞에 창업카페가 많아지건,

그들이 잘나가는 기술창업 벤처기업을 여럿 성공시키던,

나랏님들 잘먹고 잘사는 얘기들이고,

삼성전자나 구글 페이스북이 국내에 여럿 생기던 말던,

개인의 삶은 1도 달라지지 않는데,

뭐 그런 뉴스 들어가며,

기죽어가며 헬조선은 망했다 이따위 VIBE에 섞여야 하는지.


그냥 상관 안코 내 하고 싶은거 하며

잘먹고 잘살면 대한민국이야 2750년에 사라지던 말던

내 관심 밖이면,

그저 행복하지 않을까?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6. 10. 12. 06:07

#신변잡기 03. 어짜피 해야할 것이라면.


어짜피 해야할 것이라면, 지금 당장 해버리는게 더 낫지 않을까?

안하면 죽기전에 후회할 것 같다면, 자꾸 계산때려가며 미룬다기보단 그냥 지금 해버리는게 낫지 않을까?

무언가를 위한 무언가를 하지 말라고 하지만, 왜 굳이 내 삶인데 남의 말에 그렇게 신경을 써야 할까?


If not now, when?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6. 10. 8. 19:57

#신변잡기02. 가을 VIBE


갑작스럽게 찬 공기가 하루가 다르게 더 차가워진다. 지난 달에 어떻게 그랬냐는 듯이 어떤 날을 기점으로 기온은 뚝떨어졌고, 갑작스런 가을의 기습공격에 하나 둘 씩 여러가지 기억들이 끓어오르기 시작. 가을이면 길은 노랗게 물들곤 했다. 은행은 떨어지고 그 역겨운 냄새를 맡으며 염병할 내 신발에는 붙지않기를 바라곤 했음. 가을에 어울리는 향수로 바꿔보기도하고, 사태의 강제가 엄습하여 지난 가을의 기억들이 떠오르기도한다. 지나간 너의 기억들이 떠올라 같이 걸었던 성균관대 뒷산 산책로는 마을버스가 겨우 다닐 정도로 좁은 2차선 꾸불꾸불 언덕길이었는데, 그 길을 걸으며 난 너에게 얘기를 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Five Star Brewing 카페는 여전히 그대로고, 그곳을 아주 가끔가다 지날 때면 괜히 한 번 너를 상기시킨다. 경리단에도 자주 갔었는데, 처음에 너는 왜 녹사평으로 오라그러냐며 주변의 친구들 조차 의아하게 생각했다고는 했고, 거기에 뭐가 있는지 전혀 모른다고 했다. 조금 탄 브라우니를 발렌타인 선물로 받았던 베를린도 그대로. 어딜 가나 기억이 찾아오는 그런 가을 날들. 그러고보니 ICN에서는 딱히 너를 떠올릴 기억이 없는 것 같고, 온통 백지의 기억 조각들이다.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6. 10. 8. 08:30

#신변잡기01. 우울증 VIBE


1평 정도 될 만한 공간에서 3대의 모니터와 1대의 컴퓨터, 그리고 컴퓨터에 준하는 녹화장비 2대. 나를 제외하고 6대의 발열 장치로 둘러쌓인 세로 180센티미터 정도의 침상에 누워, 하루 12시간 정도를 보낸다. 출근을 하고 지저분해진 방을 정리하고, 가까운 로스터리 카페 롬버스로 가서 따뜻한 예가체프 한 잔을 시키고, 커피가 나올 때까지 카페 구석구석을 관찰하다, 커피가 찰랑이는 트레이를 들고 지하로 내려간다. 롬버스 지하 1층은 70평 정도 되보이는 공간인데, 굳이 많은 테이블을 꽉꽉 채워넣지 않았고, 테이블 당 면적으로 치면 가장 인하대 후문에서 가장 주인이 돈이 많아보이는 카페 정도로 얘기할 수 있다. 그런 롬버스에서 50분간 인천 1호선, 그리고 수인선, 그다음 버스. 2번의 환승을 거치며 미처 정리하지 못한 생각 속에 더 깊이 파고든다.


주로 이 지겨운 라이프 루틴을 언제쯤 깰 수 있을지 예측해보는 재무 프로젝션 그리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 발굴을 위한 관심가는 시장 시장 및 산업 리서치, 그리고 결국 결론은 자금과 신용을 극대화해서 다 써버린 현재로 뫼비우스의 띄처럼 되돌아온다. 그러고 나면 예가체프 한 잔을 모두 비우게 되고, 슬슬 배가 고파온다. 오늘은 뭘 먹을까를 생각하며 트레이를 1층에 반납한다. 밖으로 나와 맑은 날씨를 감상하며, 다시 가게로 돌아간다. 이때쯤이면 오후 4~5시쯤인데, 고등학생들이 학교를 마치고 한 번 훑고 지나간 시간이라 조금 지저분해 있다.


그렇게 정리를 또 마치고 나면, 1층 곱창집 사장님이 나와서 오픈 준비를 마치는 시점이다. 오늘은 뭘 먹을까라는 생각으로 돌아가고, 나는 곱창이 먹고싶다. 하지만 곱창은 2인분 부터인 것을 어찌하리. 결론은 가성비 좋은 치킨마요곱빼기다. 다시 1평 남짓한 공간으로 돌아와 밥을 먹고, 그 때부터는 무한 소셜미디어 소비 시간이 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시작해서, 트위터, 빙글 그리고 네이버와 다음 뉴스를 모두 체크하고, 카카오 채널까지 훑어보고, 도저히 할 게 없으면 유튜브를 본다. 지난 달만 해도 책을 열심히 봤지만, 어느 순간부터인지 책이 눈에 들어오지않아, 도서관에서 빌린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바꾸었는가라는 책은 아직도 챕터 2에 멈춰있다.


마감을 할 때 쯔음 글자 그대로 돈을 쓸어담고, 집으로 오는 버스에서는 한창 센치해진다. 마치 모든 것이 의미가 없고, 내 젊은 하루하루가 이렇게 흘러가버린다는게 속이 상하는 것. 요즘은 그런 하루하루가 내 정신을 좀먹어가고 있는 중이다.

Posted by Hoil 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