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하여 배울 수 있다고, 마성의사슴이 추천해서(?) 읽게 된 책인데,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과연 나만 재미가 없는 것인지, 내 감수성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 책의 문제인 것인지 헷갈렸다.
10대 들이 볼만한 연애소설 정도로 생각했다.
도무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서, 찾고싶어졌다.
팟캐스트를 비롯해서 여러 리뷰를 찾아봤다.
다들 딸기숏케이크 부분을 인상깊게 본 것 같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이기적인 부분까지 모두 감싸안는 것인가.
결국 이 책을 다 보고나서, 이 책은 내가 스무살 쯔음 봤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면 보다 더 순수한 감수성으로 이 책을 접했을 것이고,
이 책이 알려주는 사랑에 대한 생각에 감동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러다 주인공과 같은 나이대에 내가 겪었던, 스무살 언저리 쯔음에 내가 했던 사랑들을 되짚어보고 싶어져, 추억을 뒤져봤다.
난 스무살 때 첫 여자친구를 만났는데, 그 때는 모든 것을 줘도 아깝지 않은 듯한 사랑을 했었다.
고생해가며 번, 없는 돈을 탈탈 털어 그녀에게 반지를 선물했고,
아무 이유 없이 키가 1미터는 되는 곰인형을 사들고 버스를 타고 집 앞까지 찾아가기도 하고,
없는 시간 쪼개는 것을 넘어, 아르바이트 시간을 어겨가면서 그녀를 집에 바래다주고,
뭐가 그리 좋은지, 지금 되돌아보면 모든 것을 내주는 사랑을 하곤 했었다.
그 때만 해도 난 인생의 환멸에 사로잡혀있어, 내가 가진 것은 그 애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했었던 만큼, 이별의 아픔은 정말 컸다.
총 맞은 듯한, 가슴이 뻥 뚫린 그런 느낌, 그 때 만큼 이별하고 펑펑 울었던 적도 없는 것 같다.
난 그 애를 엄청 사랑했지만, 그 애는 계속해서 멀어져만 가는 것을
나는
느꼈다.
그 후로 나는 누군가에게 내 모든 것을 주는 것을 어려워 하게 됐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의 연애 스타일은 180도 바뀌어서 마키아벨리즘에 가까웠다.
새로운 별에 들어가서 그 별을 황폐화시켰다.
그러다가 더이상 그 별이 버틸 수 없게 되면 떠났다.
그렇게 여러 착한 여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눈물이 나게 했다.
밖에서 한시간 반이나 기다리게 만들고,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었고, 내가 기분이 나쁘단 이유로 말을 하지 않고 있다가.
이유 조차 알려주지 않고, 상대방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나쁜 놈이 있나 싶다.
그러면서도 그 애는 내가 그렇게 좋다며, 나에게 10개의 편지를 남겼는데, 그 애는 나에게 모든 것을 내주면서, 나의 사랑을 받길 원했다.
어쩔 때는 정말 내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보고 싶다고 하던 그 애는, 그냥 내게 달려와서 안기고 싶다고 하던 그 애는,
가끔은 내가 그 애에게 전속력으로 달려가 주길 바랬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이기적인 면까지 감싸 않기도 하고,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과 사람, 관계 등 그 사람의 우주를 사랑하는 것인가.
세상에 마치 둘을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없는 그런 사람.
그리고 그동안 못다했던,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