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이 블로그에 들어온다. 가끔 생각을 털어놓기에 딱 좋은 이 블로그는,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내 우울함의 지수와 글의 발행 갯수가 비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가장 최근에 적은 글은, 인천을 떠나기 전날 적은 글이다. 그게 벌써 50일 정도가 지난듯 하다. 그때, 혼자서 이사짐을 나르면서 별 다른 생각은 안들었고 -워낙 기분이 좋았던 시즌이라- 그냥 짐이 무겁고 체력이 딸리고 돕는 일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오늘은 이사온지 대략 45일쯤 지난 것 같다. 그 45일 중에서 12일 정도는 타이에서 보냈다. 이곳에서 보낸 날짜는 33일 남짓하다. 그곳에서와 마찬가지로 잠은 오지 않는다. 아마 잠이 오지 않는 것은 조금 전에 새벽에 잠을 들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방해꾼인 초저녁 새우잠이기도 하거니와, 1년 남짓한 시간동안 학습된 가게 문닫는 시간에 익숙해진 바이오리듬 때문일 것이다.
웨스트코스트(인천)에서 보낸 시간이 인생 전체에 비하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몸이 기억하는 시간의 밀도란 엄청난 것이었던 것 같다. 내일은 인천상륙작전으로 얻은 전리품인 BMW를 수리하러 서비스센터에 가는데, 인하대에 한 번 들려서 상권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한 번 구경이라도 해야겠다. 또 새로운 가게들이 열리고 문을 닫고 했겠지. 모래집튀김 먹고싶다. 팝콘처럼 맛있었는데...
아무튼,
내가 인천을 떠나 다시 서울로 복귀한데에는, 애초에 인천에 눌러앉을 생각이 없기도 했지만, 현금이 잘 나오던 자산을 집어던진 이유는, 남은 1년동안 내 모든 자산을 걸고 담판을 짓기 위해서였다. 과연 내게 역량이 있는가 없는가. 모든 조건은 갖춰졌고, 나는 1년이라는 시간을 얻었는데, 과연 내가 그토록 하고 싶어하던 사업을 할 역량이 있는지 검증하는 시간의 의미정도로. 1년이라는 시간의 의미는, 남들과는 조금 다르겠지만, 내게는 부양해야될 노후준비가 안된채로 65세를 맞은 아버지가 있는데, 아버지에게 그 시간을 버틸 돈을 드리고 벌어낸 시간이다. 그러고보면 내 삶의 하루 유지비는, 꽤나 빡쎄다.
아버지 용돈 연간 2,000만원, 내 주거비 관리비 포함 월 70만원, 차 할부값 월 90만원, 차량 보험료 월 2만원, 건보료 월 10만원 이외에도 언급되지 않는 실손보험료, 아버지 보장성보험료, 레드카드 연회비, 통신비, 청약저축, 월세보증금에 대한 기회비용 기타등등 기타등등. 대충 예측해봐도 숨만쉬고 가만히만 있어도 하루 30만원 정도는 거뜬히 타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이 글을 마치고 난 뒤에 한 번 계산을 해봐야겠다. 근데 중요한건 이제는 이런 현실적인 얘기들에 염증이 있어서, 스치기만 해도 곪아서 아픈 염증처럼 짜증이 나고 아프고 이제는 싫증이 나고 지겹다는 것이고, 밝은 앞날 미래만 보고 싶고, 그것만 얘기하기에도 인생은 벅차다는 것.
올해는 내 29년 삶에서 단 한번도 살아본 적 없는 '가장 여유로운 시기'이다. 물론 입대하기 전에 6개월 또한 그랬으나, 그때는 알바하고,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내향적인 성격을 달리던 시즌이라, 뭐 딱히 제대로 놀지도 못했다만... 이제와서 갑자기 얘기하니 그때 그 시절들이 떠오르는 많은 나의 실책들, 그리고 그때는 깨닫지 못한, 이제는 보이는 보이지 않던 실책들. 그리고 패했던 수많은 경기들. 한 숨이 나올 따름이다.
최근에 내 삶을 가장 크게 바꿔놓은 것은, 까뮈의 철학이다. 근데 때로는 이게 까뮈의 철학인지도 가끔 헷갈리기도 하다만... 아무튼, 인생 뭐 없고, 인간 하찮기 부질없는 호모 사피엔스일 뿐이고, 우리는 제네릭코드에 새겨진대로 살아갈 뿐이고, 뭐 그거 바꾸려고 해도, 286이 노력한다고 펜티엄 되는 것도 아니라고. 애초에 하드웨어랑 소프트웨어가 그렇게 설계가 됐는데!!
사실 보다 많은 내 세계관을 보여주기 위한 어휘가 풍부하고 다채로운 글을 쓰고도 싶지만, 정말 오랜만에 써내려가는 글인지라 우뇌가 시동이 안걸리네.ㅎ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