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2018. 2. 6. 15:54

#신변잡기 27. 누나를 보내는 날


누나가 출국했다. 지난 12월, 춥디 추운 한국에 다시 새로운 꿈을 갖고 왔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의 꿈은 무산되고, 누나는 기회를 찾아 다시 나갔다.


슬프다. 21세기판 국제시장이다. 대한민국에서 고졸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거의' 기회가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많은 핸디캡을 갖고 살아가는 것 같다.  내 주변에는 대부분 인서울 4년제, 남자이고, 내가 겪었던 커리어와 전공 때문인지 각자의 길을 개척해가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 사업가들이 많다. 누나의 주변 사람들 환경과 비교해봤을 때, 딱 대한민국 '중앙값'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술먹고 택시타고 집에온 날에는 그 날 번 돈 보다 쓴 돈이 더 많은 삶을 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중 극히 현실을 견디지 못해 일부가 기회를 찾아 떠난다.


잘 해야 한다. 20대를 되돌아보면 여전히 B+ 정도이지, A 수준의 인생도 아니고, 그 마저도 한 순간에 미끄러져, 20대의 마무리는 고점에서 수직낙하하는 기분이었다. 30대는 등떠밀려 시작됐고, 이제는 가진 에셋이 무형자산만 남은 것 같다.


결국은 그저, 잘해야 한다로 결론을 도출할 수 밖에 없다. 잘해야 한다.

또 다시 오늘 다짐하고, 좀 더 깊게 새기자.

잘되자. 꼭.

다시.


우리 가족 좋은 곳에서 다 같이 모여 살 수 있는 그날까지.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8. 2. 1. 18:20

#신변잡기 26. 내 사랑 현아를 보내는 날


차를 팔았다.

그렇다. 현아는 내가 아끼고 아끼고 아끼는 사랑스런 나의 보물이자 자산 1호다.

아 물론 그녀는 유지비가 오지게 들어간다.


정말정말 사랑했다.

1달간 미국여행을 갔을 때,

한국에 가장 돌아오고 싶었던 이유는,

한국음식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긴 여행에 지쳐서가 아니라,

지하주차장에서 외로이 가만히 멈춰있을,

달리고 싶어 할 현아 때문이었다.


오자마자 시차 적응도 안한채로,

현아와 Live in die in LA를 크게 틀고,

팔당댐으로 달렸고,

난 현아를,

캘리포니아에 데리고 갈 수 없었음에,

아쉽고 아쉽고 아쉬워했다.


아는 형한테 보내는거니까,

그래도 가끔은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앞으로 다시 내가 현아를 데려올 일은 없겠지만,

그동안 너무 너 덕분에 행복했고,

여러가지 추억도 생겼었고,

그동안 즐겁고 행복했다.


아쉬움 한가득이지만,

괜찮다.


가즈아!

다음은 포르쉐!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8. 1. 29. 05:38

새해결심


2018년을 맞은지 벌써 4주가 지났다.


1월은 마치 초등학생 때 겨울방학처럼,

나는 딱히 별다른 걱정 없이 게으름을 탐닉하며 지냈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그놈에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어제 잠깐 카페에 가서 생각을 했다.

새해 결심도 다져보고, 작년도 돌아보고,

4주나 늦었긴 했지만.


아직 내겐 2018년은 48주가 남아있기 때문.


늘 전년도, 전전년도와 같이 생각을 정리하다가.

이상하게 한 부분에서 평소 생각해오던 것과 새삼스레 다르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었다.


난 작년에 가진 현금을 완벽히 어이없이 탕진했는데,

그닥 그게 잘못되거나 문제로 다가오지 않는 점이었다.


배짱이 커졌다고 해야되나,

현금 1억 나한테 있으나, 없으나 똑같고.


딱히 뭐 달라진 것도 없다.


오히려 그냥.

이쁜 여친, 중형 외제차, 장기간 여행. 등 하고싶던 것들 다 해봤기 때문에.

스트레스와 결핍들이 디톡스된 기분일 뿐.


2018년, 새해 결심.

딱히 뭐가 생각나지는 않았지만.

드디어 작은 여정이 다시 시작되어 가는 그 시발점.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8. 1. 13. 15:17

삼십세


이렇게 살 수도,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살은 온다고 했다.


가상화폐에 크게도 걸어봤고,

난 지금 남은게 없다.


대차대조표는 이미 자본잠식이고,

이제 어떻게 해야 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십대 때부터 지겹게도 나를 따라온 이 고민은,

아직도 가끔 나를 괴롭힌다.


작년에 읽었던,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가 생각났다.


라스베가스에가서 모든 것을 걸고,

도박을 하고 죽기로 결심했던 주인공.


그리고 난 이상하게도 그 책의 플롯과 비슷하게.

사람들이 도박이라고 표현하는 가상화폐 트레이딩에 빠졌고.

전략없이 탐닉하고, 힘들게 벌어서 모은 자산을 탕진했다.


지겨운 일상의 권태를 털어내준 댓가로 게임비를 낸 듯 하다.

적어도 하는 동안은, 천당과 지옥을 하루에도 여러번을 오가며.

희망을 봤고, 때론 절망도 봤고, 롤러코스터를 탔었기 때문에.

그 댓가로 수천만원은, 그리 아깝지 않다.


난 망설임의 귀재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망설이다가 어느 덧,

새해가 왔고 난 삼십세가 됐다.


삼십세가 되면 엉켜있던 실뭉치가 다 풀려서,

고공행진 할 것 같았던 내 계획들은,

지금에서 되돌아보면 참 터무니 없다.


한동안 이런 고민들을 외면하고 시간을 보내왔다.

눈앞의 쾌락과, 돈쓰는 즐거움에 빠져. 열심히 돈을 썼다.

어디서 시작이었을까.


그 타이트했던 비용 통제와 자산 증식을 위한 고민을 다 떨쳐내고.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다른 사람이 되었고,


삶의 환멸에 대해서 이분법으로 사례를 들어가며

자괴감과 허무함에 빠지게하고 내면에 고민의 씨앗을 탄생시킬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7. 12. 15. 01:23
12월의 생각

삶이 지긋지긋하고 지랄같고,
더이상 기대하고 싶은게 없다는 것을,
떨쳐내기가 어렵다.

무엇을 더 바랄 수 있을까?
바래서 가진다고한들
무엇이 더 달라질 수 있을까?

역동적으로 가치관이 변하는 시기

일하라는 다그침에
신성한 노동과 땀의 가치
프롤레탈리아 만세!
라고 답하고

난 오늘도 하고 싶은게 없다.
어쩌면 이게 축복인지 저주인지?

글 솜씨는 녹슭어서
맘에 들지 않아
단어도 일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때론 깨어있는게 싫어서
억지로 잠을 잔다.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7. 12. 2. 10:04

#신변잡기 22. 서른과 별과 바람과 시


삼십세



- 최승자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시큰거리는 치통 같은 흰 손수건을 내저으며

놀라 부릎뜬 흰자위로 애원하며.


내 꿈은 말이야, 위장에서 암 세포가 싹 트고

장가가는 거야, 간장에서 독이 반짝 눈뜬다.

두 눈구멍에 죽음의 붉은 신호등이 켜지고

피는 젤리 손톱은 톱밥 머리칼은 철사

끝없는 광물질의 안개를 뚫고

몸뚱아리 없는 그림자가 나아가고

이제 새로 꿀 꿈이 없는 새들은

추억의 골고다로 날아가 뼈를 묻고

흰 손수건이 떨어뜨려지고

부릎뜬 흰자위가 감긴다.


오 행복행복행복한 항복

기쁘다 우리 철판깔았네



내 머리 속에 서른이라 기억하던 사람들은

아직도 내 머리 속엔 서른이고

그럼 그 형은 지금 마흔이겠네


서른 씨빠빠 그러니까 서른이 되면

어른이 되어 하늘을 날게 될 줄 알았어 허나 되려 블라블라


인구 구조상 대한민국의 평균 나이는 올라갔고

쌍팔년도 격동의 시기도 아니고

서른의 무게는 가볍거든

그러니까 언제까지 쪼까 자유로운 영혼일 수는 없을까?

강요된 책임감 그런거 있잖아 왜


근데 조금 정신차려보려고 돌아본 주변에 삼십대 형들은

자산 공시하는 클래스 이상의 형들 아니면 NOTHING 인 것 같아


스펙트럼이 어찌 그리 단순하냐는 이분법적 사고는

내가 제일 사랑하는 방식 WACK


--


민주화 산업화를 이루던 격동의 시기에 태어났다면

좀 더 재밌고 낭만적이었을까?

락앤롤과 힙합 카운터 그리고 서브컬쳐

그러고보니 어제 들은 음악들은 죄다 프로그레시브하던데


--


더이상 마냥 진보적일 수 없고 저항보다는 타협하게 되는 반환점

아 ! 개싫다

갑자기 그리스인 조르바가 떠오르는...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7. 11. 24. 06:39

2017년, 이전의 삶과는 판이한 삶을 살고 있다. 가게 정리하고 나서 부터, 미뤄뒀던 사업을 하기는 커녕 벌써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삶에서 가장 많은 것을 나에게 허락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원래 원하던 몇가지들을 간단히 포기하고 나니 오롯이 현재와 오늘만 보며 살고 있고, 내가 원했던 것들은 통째로 망각한 채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렇다고 내가 전혀 한심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고, 오히려 마음속을 가득 매운 것은 뭐든지 다시 하면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다. 사실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전혀 어려운 것이 아니고, 에너지와 시간을 투입하면 정상에 오르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라는 확고한 나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어느 덧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에 대한 의심이 들던 순간도 있었고, 그것은 물론 지금도 종종 든다. 하지만 난 역시 여럿을 클로징했고, 팔릴만한 것도 여럿 만들어냈던 것 같다. 1분기는 정말 별로였고, 뭐든지 잘 풀렸던 2분기는 고작 3분기의 에피타이저에 불과했다. 타이, 부산, 오키나와, 미국 등 몇 년간 갈 여행을 한 분기만에 후다닥 해치웠다.


사실, 이번 달도 그렇게 흘러갈 것 같았고, 도무지 하고 싶은 것이 없었고, 여전히 그런 하루하루가 지속될 것만 같았는데, 또 늦은 새벽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드는 것을 보니 슬슬 정리를 하고 무언가를 시작해야만 하는 시기이다. 예전에 비하면 아직 고통스럽거나 전혀 괴롭거나 비참하거나 피폐하지는 않다. 올 1분기까지만 해도 새벽 3시에 가게 문 닫고 집에가던 하루하루가 반복되던 그 시기에,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고 우울하고 우울했다.


어떻게든 원하는 것은 가져냈고, 외재적인 보상의 급은 극도로 끌어올렸다.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승무원 여자친구가 생겼고, 차는 5시리즈로 질렀다. 12시간을 날아가 미국 여행을 1개월이나 다녀왔고, 한달이 멀다하게 해외여행을 다녔다. 그러는 동안 자산은 탕진했고 스트레스는 거의 완벽하게 디톡스가 됐다. 예전에 스트레스를 받던 요인들은 전부 사라져버린 것 같은 상황이고, 백지 상태가 되어 버린 기분.


예전에 퇴사할 때의 생각을 정리해놓은 파일을 열어보니, 세상에 이렇게 이성적이고 완벽에 가까운 수준으로 모든 것을 고려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있는지 과거의 나를 보고 현재의 내가 놀랄 따름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상태의 가게 하나 하면서 몇년 까먹지 않은게 천만 다행이고.


가게 하면서 겪었던 관계의 단절과 고립감, 외로움 등은 꽤나 많이 해소가 되었다. 다만, 그 반대로 몇가지는 트레이드오프했다. 과거의 생각을 보니 그 느낌과 우울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아서 기억이 되살아나는게 싫다. 난 지금 너무 행복하고 행복하고 행복하다.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7. 11. 13. 08:34

가을. 11월.

작년 이 맘 때, 난 심하게 아팠다. 태어나서 처음 맞은 링겔, 혈관을 뚫었던 바늘. 처음으로 침대에 누워서 링겔을 맞아봤다. 환절기의 감기. 갑작스런 환경의 변화와 무너진 바이오리듬 그리고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했던 것. 덕분인지 1년이 지난 지금은 너무 평온하다.

난. 하고싶은게. 없다. 노력 없이 얻고 싶은 것은 많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안에서 딱히 범위가 벗어나거나 확장되지 않는다. 이정도면 맥시멈으로 다 찾은 것 같다. 비싼 차, 좋은 집. 그런 환경이 예술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낡은 구도심에 작은 옥탑방 하나와 바베큐 파티를 할 수 있는 넓은 마당 정도가 더 적합할 것이다.

아무런 스트레스가 없다. 오늘도 난 고요하고 평온하다.

마침.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7. 11. 13. 06:45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부담감일까.

썩 그래보이지는 않는다.

간단한 느낌 몇 가지 만으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예술의 매력.

몇가지 수사로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가사들.

내가 해왔던 일과는 정반대에 위치한 것들.


감수성은 풍부했지만 이제는 느끼지 못하고

세상을 표류하는 자유로운 이성에게 자연스럽게 끌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쉽사리 결심을 할 수는 없다


결국 나는 또 가장 편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일까

스트레스와 부담 압박이 어쩌면 내 가장 첫번째 동기

그게 사라진 지금 나는 고요함 속에 잠들어 있다


언제쯤 나는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어쩌면 매번 그렇게 제안하던 것들이 각기 다른 하나의 작업물이었을까

내가 잘 하던 것들의 점들을 연결할 수는 없는 것일까

왜 그 꼭지점들은 이어지지 않는 것일까


이쯤에서 접는 것이 현명한 것일지

강물은 어디까지 흘러야 바다가 되는 것일까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7. 8. 17. 04:02

오랜만에 이 블로그에 들어온다. 가끔 생각을 털어놓기에 딱 좋은 이 블로그는,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내 우울함의 지수와 글의 발행 갯수가 비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가장 최근에 적은 글은, 인천을 떠나기 전날 적은 글이다. 그게 벌써 50일 정도가 지난듯 하다. 그때, 혼자서 이사짐을 나르면서 별 다른 생각은 안들었고 -워낙 기분이 좋았던 시즌이라- 그냥 짐이 무겁고 체력이 딸리고 돕는 일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오늘은 이사온지 대략 45일쯤 지난 것 같다. 그 45일 중에서 12일 정도는 타이에서 보냈다. 이곳에서 보낸 날짜는 33일 남짓하다. 그곳에서와 마찬가지로 잠은 오지 않는다. 아마 잠이 오지 않는 것은 조금 전에 새벽에 잠을 들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방해꾼인 초저녁 새우잠이기도 하거니와, 1년 남짓한 시간동안 학습된 가게 문닫는 시간에 익숙해진 바이오리듬 때문일 것이다.

웨스트코스트(인천)에서 보낸 시간이 인생 전체에 비하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몸이 기억하는 시간의 밀도란 엄청난 것이었던 것 같다. 내일은 인천상륙작전으로 얻은 전리품인 BMW를 수리하러 서비스센터에 가는데, 인하대에 한 번 들려서 상권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한 번 구경이라도 해야겠다. 또 새로운 가게들이 열리고 문을 닫고 했겠지. 모래집튀김 먹고싶다. 팝콘처럼 맛있었는데...

아무튼,

내가 인천을 떠나 다시 서울로 복귀한데에는, 애초에 인천에 눌러앉을 생각이 없기도 했지만, 현금이 잘 나오던 자산을 집어던진 이유는, 남은 1년동안 내 모든 자산을 걸고 담판을 짓기 위해서였다. 과연 내게 역량이 있는가 없는가. 모든 조건은 갖춰졌고, 나는 1년이라는 시간을 얻었는데, 과연 내가 그토록 하고 싶어하던 사업을 할 역량이 있는지 검증하는 시간의 의미정도로. 1년이라는 시간의 의미는, 남들과는 조금 다르겠지만, 내게는 부양해야될 노후준비가 안된채로 65세를 맞은 아버지가 있는데, 아버지에게 그 시간을 버틸 돈을 드리고 벌어낸 시간이다. 그러고보면 내 삶의 하루 유지비는, 꽤나 빡쎄다.

아버지 용돈 연간 2,000만원, 내 주거비 관리비 포함 월 70만원, 차 할부값 월 90만원, 차량 보험료 월 2만원, 건보료 월 10만원 이외에도 언급되지 않는 실손보험료, 아버지 보장성보험료, 레드카드 연회비, 통신비, 청약저축, 월세보증금에 대한 기회비용 기타등등 기타등등. 대충 예측해봐도 숨만쉬고 가만히만 있어도 하루 30만원 정도는 거뜬히 타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이 글을 마치고 난 뒤에 한 번 계산을 해봐야겠다. 근데 중요한건 이제는 이런 현실적인 얘기들에 염증이 있어서, 스치기만 해도 곪아서 아픈 염증처럼 짜증이 나고 아프고 이제는 싫증이 나고 지겹다는 것이고, 밝은 앞날 미래만 보고 싶고, 그것만 얘기하기에도 인생은 벅차다는 것.

올해는 내 29년 삶에서 단 한번도 살아본 적 없는 '가장 여유로운 시기'이다. 물론 입대하기 전에 6개월 또한 그랬으나, 그때는 알바하고,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내향적인 성격을 달리던 시즌이라, 뭐 딱히 제대로 놀지도 못했다만... 이제와서 갑자기 얘기하니 그때 그 시절들이 떠오르는 많은 나의 실책들, 그리고 그때는 깨닫지 못한, 이제는 보이는 보이지 않던 실책들. 그리고 패했던 수많은 경기들. 한 숨이 나올 따름이다.

최근에 내 삶을 가장 크게 바꿔놓은 것은, 까뮈의 철학이다. 근데 때로는 이게 까뮈의 철학인지도 가끔 헷갈리기도 하다만... 아무튼, 인생 뭐 없고, 인간 하찮기 부질없는 호모 사피엔스일 뿐이고, 우리는 제네릭코드에 새겨진대로 살아갈 뿐이고, 뭐 그거 바꾸려고 해도, 286이 노력한다고 펜티엄 되는 것도 아니라고. 애초에 하드웨어랑 소프트웨어가 그렇게 설계가 됐는데!!

사실 보다 많은 내 세계관을 보여주기 위한 어휘가 풍부하고 다채로운 글을 쓰고도 싶지만, 정말 오랜만에 써내려가는 글인지라 우뇌가 시동이 안걸리네.ㅎㄷㄷ 

Posted by Hoil 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