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2017. 7. 3. 03:15

내일 이사를 한다. 아니, 내일이 아니라 몇시간 뒤에.

인천상륙작전은 반은 성공하고 반은 실패했다. 나름 예측을 빗나간 상황들에 유연하게 대처해서 살아남았다.

또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1년 사이에 이사를 무려 4번째 이사짐을 쌌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내게는 1년 전과 많은 측면에서 변화가 있었다.

더 높이, 새로운 목표를 갖고 새로운 출발을 하기 전날이다.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드디어 인천에서의 생활은 끝났다.

언젠가 다시 이 곳에 와볼 날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내가 겪은 일들, 다 좋은 경험이었고 보상도 받았다.

앞으로 더 잘될 일만 생각하자.

앞으로 1년, 얼마 남지 않았다.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7. 4. 29. 06:02

#신변잡기 16. 클로저


보는 내내 밀란 쿤데라 할배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생각났다. 인물과 인물의 성격에 대한 기하학적 구조에 있어 아마도 그 책에서 모티브를 따지 않았을까. 무겁고 가볍고 가볍고 무겁고. 그렇고 그런 시시하고 지랄맞은 남과 여의 관계에 대해. 밀란을 접하고 나서부터인가, 참 모든게 시시한 것 같다. 아이유가 말했듯 의미, 그놈의 의미.

안전벨트 빼고 150을 밟는 택시기사와 음주 단속을 하는 짜바리. 요즘은 때론 스위치를 끄는 것이 두렵지 않다. 어릴 적엔 모든게 사라지는게 두려웠는데, 지금은 나이가 드는 것, 점점 시시함을 깨달아 가는 것, 현실에 매몰되는 것이 몇갑절은 더 두렵다.

지난 1년간 염세와 권태와 허무의 끝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는데, 그건 정말 아무것도 없고, 루피와 샹디 그리고 동료들이 찾아 떠난 원피스 그런 건 없었다고 하는 기분이었다. 끝에는 아무 것도 없다. 그러니까! 아 그래서 뭐 그놈에 왜 왜 도대체 왜가 없으면 뭐가 안된다오? 가령 그냥 하고싶어서 한다면 안된답니까?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7. 4. 28. 05:14

#신변잡기 15. 4월의 마지막 평일.


벚꽃이 벌써 폈다가 졌다고?

얼핏 활짝핀 버찌나무를 본 것 같긴 한데... 예전처럼 아무런 심리적 동요는 일어나지는 않았고...

4월은 무색무취무향이었고, 많은 시도를 했다.

호재와 악재는 번갈아 가며 나를 스쳐갔고, 스쳐갔고, 스쳐갔다.

우리는 어쩌면 만약에.

봄의 한 가운데만큼이나 화창했으면 좋겠다.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7. 4. 4. 02:15
때로는 절망적인 순간이 온다. 아니, 순간이라기보다 조금 더 긴 시간이 온다. 때론 이정도 쯤에서 마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꺼란 생각이 들기도 하다가, 피워보지도 못하고 끝나는 것 같다는 생각에 그러기엔 너무 아쉽다는 결론이 난다.

그냥 그렇게 보통 사람으로 사는 것은 하나도 원하지 않는다. 매 순간을 그저 버텨내는 방식으로, 그냥 내 영혼이 아니라 그냥 단백질 덩어리로 존재해버리는 것만 같다. 비록, 그게 인간의 숙명일지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굽히지 않고 굳은 영혼로써 실존하고 싶다.

육체는 현실에서 떠돌고 버텨낸다. 영혼은 때론 굴복한다. 나약하다. 한 없이 나약하다. 싫다. 내 맘 속 아우렐리우스가 부끄러운줄 알라며 외친다. 평생을 전쟁과 전염병이 창궐한, 고작 내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은 먼지가루에 불과하다고 여겨질 만큼의, 시대를 극복한 사람이 말이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이 나는 영 젬병인 것 같다. 나는 언제쯤 어른이 되는 걸까. 또 도망쳐버리고 싶다.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7. 4. 3. 04:17
후임자에 의해서 간단히 잊혀질 정도로 가벼운 존재였다는 것은 매우 불쾌하다. 난 10년 전에도 지금도 그게 어렵다. 안잊혀져서 잘되가던 썸도 엎어버리고 도망쳐버린 적도 두세번은 되는 것 같다.

어쩜 그리 쉬운 것일까. 쫌 잘해주면 영혼을 파나. 그렇다. 폄하하고 싶다. 하찮은 본능에 굴복하는 존재들로 깎아내려버리고 싶다. 그래야 내가 고결해지고 이성의 우월성을 고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그딴거 싫다. 후임자에 의해 잊혀지는, 본능적 번식의 욕구를 해소키위한 행동을 포장하는, 배설에 가까운 섹스를 하기 위한 배설 기계들의 본능해소 잔치 따위에 난 끼기 싫다.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7. 4. 3. 00:00
결국 2월 말까지 2017년 동안 무엇을 할지 결정하지 못했고, 그러면 그냥 하던거 계속 하기로 했고, 그렇게 3월이 갔다. 3월 중에 도저히 이러다 내 청춘 다 흘러갈 것 같다는 생각에 또 다시 결심을 했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은 마치 무거운 바위를 옮기는 것 마냥 어려웠다.

그렇기 봄이 오고 만우절이 지났다. 내 마음 상태는 시작한 이후부터 계속해서 요동치고 있지만 묘안이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취업이라는 옵션이 있을 때는 어디 가서 회사 장악하고 급성장 하는 것은 내 인내심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전혀 어려운 것이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건만, 지금은 그 취업이라는 편안한 대안 마저도 사라져버린 상태라 지금 무척이나 우유부단하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아직 안해본 것들고 해야할 것도 많지만 쉽사리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 것은, 현재가 너무 편하기도 하거니와 별로 스트레스가 없기도 때문이고 버는 돈도 괜찮은 정도이기 때문인 것 같다. 언제는 답을 몰라서 못움직였었나. 때론 용기 부족을 탓했고 용기의 의미를 가진 타투를 새겼지만 쉽사리 생기는 것은 아니다.

길을 찾는다는 것은 너무너무 어려운 것 같다. 남들에 비해서 굉장히 다양한 옵션과 분야를 취해봤는데도 난 아직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모르겠다. 인턴부터 팀장까지 4개의 산업군에서 일해봤고 가게 사장까지 해봤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아니, 모르겠다기보다 내가 잘하고 하고싶어하는 것을 하기에는 나는 터무니 없는 약점을 갖고 있다.

학부를 다닐 때는 전략컨설팅이 멋있어보였고 나름 재미도 있었고 전략컨설팅 출신 상사로부터 잘한다고 칭찬도 많이 듣곤 했는데, 난 학력이 구려서 그 동네는 진입조차 할 수 없다. 하하하.

예술이나 하고 싶다고 생각을 하긴 한다만 그건 이미 지난 10년과는 너무도 다른 방향이기 때문에 쉽사리 선택이 안된다. 예술이야말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그런 수단이 될 수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결국 그래서 도달하는 결론은 20살 때 예술 혼이 불탈 때 그 때부터 체계적으로 예술을 배워서 했었어야했다는 것에 도달한다. 푸하...

그렇게 또 4월이 가고 나면 점점 속은 타들어 갈 것 같고 영혼을 죽이는 경험을 할 것 같은데. 난 도저히 잘 모르겠다. 예전에 EIR 오퍼와 세일즈 담당 헤드 오퍼를 받았을 때, 친한 형이 해준 조언은 좋는 오퍼긴 한데 또 그러면 영혼을 죽이는 경험이 될 것이라는 말 이었다. 근데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하.

아. 다 잊고 방콕이나 가서 팟타이나 먹고 수영하고 호텔에서 바삭바삭한 이불 덮고 잠이나 자고 싶다. 그러다 일어나서 나가서 맥주나 마시고 마사지나 받고 싶다. 그게 권태로워질 때 쯤 돌아와서 무엇을 할까에 대해서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고프다.

그러고보면 생각할 수 있는 옵션은 이미 다 나와있고 그 이후 부터는 계속 망설임의 연속인 것 같다. 망설이고 또 망설이고 망설이고 방향은 결정을 했지만 계속 출발은 하지 않고 있는 그런 기분. 뭐 출발하고 발 디디면 누구보다 잘 갈 수 있는 자신은 여전하지만, 난 지금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냥 누워서 음악이나 듣고 잠이나 자고 싶은 가보다.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7. 3. 31. 01:40
가상 세계의 자아는 현실과 괴리된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내고 실체를 왜곡시켜 아바타를 창조한다. 아바타가 사라지면 실체는 존재의 의미가 사라진다. 그만큼 모두가 실체는 잃고 아바타의 영향력에 사로잡혀있다. 내 독서량은 한달에 2권 남짓하지만 내 인스타그램엔 책과 글 사진 밖에 없어서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책 읽고 글쓰는 선비 인 줄 알곤 한다. (이건 사실 여러가지 시도해보다가 찾아낸 하나의 기믹이다)

인스타그램에 있는 수 많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쁜 여자들은 실체를 왜곡시키려 핸드폰을 뒤집어 들고 다리를 길게만들기도 하며, 페이스북에는 외로운 나는 제거되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있는 사진과 네트워크 관리를 위한 어나운스들만 있다. 링크드인에는 헤드헌터를 매혹시키기 위한 연봉 많이 줘야 할 것만 같은 내가 있고 트위터에는 익명의 병신력을 뽐내는 아바타가 있다. 스노우에는 눈코입이 개가된 내가 있듯 다양한 형태로 스스로를 복제하고 왜곡 중이다.

소셜미디어를 핵심은 현실과 괴리된 나를 만드는 것이고, 어떻게 하면 인간이 재미있어하고, 타 소셜미디어와 차별화된 나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게 넥스트 에반 스피겔이 될 수 있는 기회일 것 같다.

그렇다면, 남아있는 틈새는 기성 소셜미디어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이 가진 강점을, 새로운 아바타로 창조시킬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에 달려있을 것이다. 기존의 소셜미디어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호모 사피엔스들이 누구인지 찾아내야 한다. 페북에서 학력과 경력을 드러내지 않던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서 시각적 이미지만으로 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듯.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7. 3. 21. 03:43

권태와 허무 그리고 진자운동

난 권태를 6개월이 지난 후 부터는 복리로 쌓기 시작해서 참다참다 1년이 되면 만기가 되어 끝내곤 했다. 추구했던 쾌락은 허무를, 익숙함은 권태를 놓고갔다. 쾌락은 종종 현재가 가장 중요한거 아니냐고 말하곤 했지만, 그건 당장 눈앞에 마시멜로를 먹을까말까를 주저할때나 유용했다. 처음엔 좋아보였던 것들도 익숙함의 녹이 슬면 각자의 권태를 털어내느라 분주하다.


선택과 집중, 두려움과 망설임



딴거 안보고 돈만 보기로 하고 경영을 전공 했으면, 기업가가 되어 전문직보다 '0' 여러 개 더 붙이는 수준은 되어야 그들의 사회적 리스펙을 상쇄한다. 돌이켜보면 그때 내가 포기한 것은 비단 수학 뿐만이 아니라 내 삶의 반쪽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반쪽 짜리 삶이 됐고 B+ 인생의 시작은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럼 이제는 더 언밸런스하게 크게 걸어보던가 아니면 집에 가자. 두려움은 직시하면 그 뿐이고.


자본과 시스템



부자들은 돈을 쓰는 것 같은데 그들은 열심히 일하면 자산가치가 높아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달마다 들어오는 돈을 매달 한푼 안남기고 다 쓰더라도 자산가치가 계속 올라가기 때문에 버는 돈이 더 크다. 그래서 난 시스템에서 돌이 됐다. 자산의 자산, 그 자산은 다른 인간의 자산, 그 인간은 또 다른 자산의 자산. 일하고 일하고 또 또 씨발. 정신 좀 차리고 시스템에 빡돌 나이는 아니잖아. 조금만 참아? 난 됐으니 너나 참아.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7. 3. 16. 05:18

#신변잡기 09. 기회


뭐 하나 빠지는게 없는 기회가 나한테까지 올리 없고,

온다고 해도 경쟁이 치열하거나 내가 후달려서 잡을 가능성이 없다.

언밸런스하게 한 쪽으로만 뾰족하게 날을 세워서, 작은 영역에서 독점하던가.

아니면 어느 하나 포기하고 다른 쪽을 올려야 한다.


내 포지션은 뭘까.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7. 3. 14. 22:23

불쌍한 가난뱅이여, 주제넘은 생각을 하다니.

그대의 초라한 오두막이, 함지 같은 집이

값싼 햇볕 속에서 또는 그늘진 샘터에서

풀뿌리와 채소로 게으르고 현학적인 덕을 기른다 하여

천상에 한 자리를 요구하다니.

거기서 그대의 바른손은

아름다운 덕들이 꽃피어오를

인간의 정렬을 마음에서 잡아 뜯어

본성을 타락시키고 감각을 마비시켜

고르곤이 그랬듯이, 뛰는 인간을 돌로 변케 한다.

우리는 그대의 어쩔 수 없는 절제나

기쁨도 슬픔도 모르는

부자연스러운 어리석음의

지루한 교제는 원치 않는다.

우리는 또한 능동적인 것 위로 그대가

거짓되게 추켜올린 수동적인 꿋꿋함도

윈치 않는다. 범용 속에 자리잡은 이 비천한 무리들은

그대의 비열한 근성에 어울린다. 그러나 우리가 숭상하는 것은

과잉을 용납하는 미덕들        

용감하고 관대한 행위, 왕자 같은 위엄,

전지전능의 분별력, 한계를 모르는 아량,

그리고 옛사람들도 이름을 못 붙이고

단지 헤라클레스, 아킬레우스, 테세우스 같은 유형만을 남겨놓은

저 영웅적인 용기인 것이다.

역겨운 그대의 암자로 돌아가라.

그리하여 새롭게 빛나는 천체를 보거든

그 영웅들이 어떤 분들이었던가를 알아보아라.



                  토마스 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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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나는 돌이 되었다.

자산의 자산이 되는 삶.

카뮈의 저항 정신. 90년대 힙합 정신.

그게 사라졌고 그게 지금의 나.


꿈없는 삶이 가장 헛된.

아무 것도 갖지 않은 것도.

모든 것을 다 가진 것도.

둘 중 하나 무엇도 원치 않는다.


순간의 욕망에 따라 실현하라.

Follow your inner most truth

Live the way only you can


Posted by Hoil 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