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2016. 12. 25. 22:04
사랑에 관하여 배울 수 있다고, 마성의사슴이 추천해서(?) 읽게 된 책인데,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과연 나만 재미가 없는 것인지, 내 감수성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 책의 문제인 것인지 헷갈렸다.
10대 들이 볼만한 연애소설 정도로 생각했다.

도무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서, 찾고싶어졌다.
팟캐스트를 비롯해서 여러 리뷰를 찾아봤다.
다들 딸기숏케이크 부분을 인상깊게 본 것 같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이기적인 부분까지 모두 감싸안는 것인가.

결국 이 책을 다 보고나서, 이 책은 내가 스무살 쯔음 봤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면 보다 더 순수한 감수성으로 이 책을 접했을 것이고,
이 책이 알려주는 사랑에 대한 생각에 감동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러다 주인공과 같은 나이대에 내가 겪었던, 스무살 언저리 쯔음에 내가 했던 사랑들을 되짚어보고 싶어져, 추억을 뒤져봤다.
난 스무살 때 첫 여자친구를 만났는데, 그 때는 모든 것을 줘도 아깝지 않은 듯한 사랑을 했었다.
고생해가며 번, 없는 돈을 탈탈 털어 그녀에게 반지를 선물했고,
아무 이유 없이 키가 1미터는 되는 곰인형을 사들고 버스를 타고 집 앞까지 찾아가기도 하고,
없는 시간 쪼개는 것을 넘어, 아르바이트 시간을 어겨가면서 그녀를 집에 바래다주고,
뭐가 그리 좋은지, 지금 되돌아보면 모든 것을 내주는 사랑을 하곤 했었다.
그 때만 해도 난 인생의 환멸에 사로잡혀있어, 내가 가진 것은 그 애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했었던 만큼, 이별의 아픔은 정말 컸다.
총 맞은 듯한, 가슴이 뻥 뚫린 그런 느낌, 그 때 만큼 이별하고 펑펑 울었던 적도 없는 것 같다.
난 그 애를 엄청 사랑했지만, 그 애는 계속해서 멀어져만 가는 것을
나는
느꼈다.
그 후로 나는 누군가에게 내 모든 것을 주는 것을 어려워 하게 됐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의 연애 스타일은 180도 바뀌어서 마키아벨리즘에 가까웠다.
새로운 별에 들어가서 그 별을 황폐화시켰다.
그러다가 더이상 그 별이 버틸 수 없게 되면 떠났다.

그렇게 여러 착한 여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눈물이 나게 했다.
밖에서 한시간 반이나 기다리게 만들고,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었고, 내가 기분이 나쁘단 이유로 말을 하지 않고 있다가.
이유 조차 알려주지 않고, 상대방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나쁜 놈이 있나 싶다.

그러면서도 그 애는 내가 그렇게 좋다며, 나에게 10개의 편지를 남겼는데, 그 애는 나에게 모든 것을 내주면서, 나의 사랑을 받길 원했다.
어쩔 때는 정말 내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보고 싶다고 하던 그 애는, 그냥 내게 달려와서 안기고 싶다고 하던 그 애는,
가끔은 내가 그 애에게 전속력으로 달려가 주길 바랬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이기적인 면까지 감싸 않기도 하고,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과 사람, 관계 등 그 사람의 우주를 사랑하는 것인가.
세상에 마치 둘을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없는 그런 사람.

그리고 그동안 못다했던,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6. 10. 16. 08:06

#신변잡기 05. 혼란과 혼돈 그 이어서


창 밖에는 미세먼지와 안개가 가득하다. 난 자려고 눈을 감았다가 10분을 뒤척이다, 역시나 이대로는 평소와 같이 잠을 이루기 어렵겠다싶어, 노트북을 펴고 글을 쓰기로 했다. 마침 필요했던 배경음악은 뒤로 버튼을 잘못해서 한 번 더 눌렀더니 나오는 천재노창의 행이다.


20대가 이렇게 흘러가는게 안타깝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다. 무기력하고, 재미없고, 황금수갑을 찬 마냥 많은 돈과 내 젊음을 교환해나가고 있는 시기인데, 그럴 수록 삶은 자꾸 무의미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 생각이 처음 드는 것은 아니고, 예전에도 한창 돈을 잘 벌면서 회사를 다닐 때에도 들었었다. 그때도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하루들의 반복이었는데, 그때도 난 집에가는 버스에서 현재와 같은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몇 달째 이어져, 내 영혼을 파먹어가다 퇴사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다른 회사로부터 오퍼를 받고 퇴사를 회사에 통보하던 때. 그때 실장님에게도 이러한 무의미한 하루하루에 대해 털어놨었다. 그때 받았던 생각의 피드백은, '자네는 너무 스스로를 괴롭히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였는데, 그때 꽤나 그 피드백에 울림을 얻곤 했다.


삶이란건 애초에 한 번 뿐이기 때문에, 스케치이고, 밑그림이고, 완성된 그림을 본적도, 그려본적도 없기 때문에 무의미한 것이라고 밀란 쿤데라는 전했고, 니체도 비슷하게 얘기했다고 한다고 전해들은 것 같다.


빅터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 극한의 상황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투쟁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현재의 삶에서 의미를 찾는다? 사실 삶의 의미라는 것이 어떤 개념인지조차 헷갈린다. 삶의 의미? 그런게 있는가? 그냥 나 답게, 나 스스로에게 진실되게 살아가면 되는 것 아닌가. 사실 모호한 개념을 갖고 고민을 함으로써 스스로를 괴롭히고 벼랑 끝으로 자꾸 몰아가는 것을 즐기기 위해, 괜한 개념과 싸워가며 낑낑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말이다.


망원동 브라더스도,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도, 그리스인 조르바도, 내게 울림을 줬었다. 이 3권을 꿰뚫는 하나의 공통점이자 키워드는 현실에 그다지 얽매이지 않는 삶이다. 하지만 난 현실에 발을 딛고 있다 못해 현실이란 늪에 빠져 자본주의 시스템의 사고 방식 안에 갇혀있는 기분이다.


돈을 많이 벌으면 기분이 좋을까. 지금은 자고 일어나면 현금이 쌓이고는 있지만, 한 달을 주기로 빚을 갚아나가고 있으니, 밑빠진 독에 계속해서 물을 붓고 있는 기분이다. 그리고 쌓이는게 딱히 보이지는 않으니, 그다지 재미있는 것 같지도 않다. 삶에 의미는 없더라도 재미의 요소는 있어야 할텐데 말이다.


내년 이맘 때 쯤이면 사업 대출금은 전부 상환 할 것 같고, 그럼 그 다음은 전세 대출금을 상환하기로 마음을 먹을 것 같다. 그러다보면 어느 덧 내 젊은 마지막 20대는 빚갚느라 다 날아갈 것 같다. 이런거 나중에 나이 먹어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젊음의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그러면 내 행복은 도대체 언제쯤 찾아온다는 말인지. 지금 당장 행복해져야 하지 않을까. 몇년 뒤에 수중에 몇억이 있다 한들, 그때 가면 또 그 돈으로 레버리지를 껴서 무언가 자산을 매입할테고 또 다시 빚을 상환할테고, 그러다보면 또 젊은 날은 차츰차츰 저물어갈테고, 이런 싸이클이 몇번 반복되다보면 자꾸만 피폐해져갈 것 같다. 즉, 이런 싸이클의 반복으로 돌아가는 것은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시작하는 것은 신규 사업 발굴, 김범수 의장이 PC방을 운영하고 대출금을 갚아나갈 생각으로 계속 하루하루를 보냈다면, 한게임은 없었고, 카카오도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난 그와 유사한 트랙을 가고 있고, 머지 않아 나도 신규 사업 발굴에 집중을 해야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러고보니 하루하루는 잘 가는데, 한 달, 몇개월은 잘 안가는 것 같은 이 기분은, 마치 전역 하기 전에 병장의 기분이다. 아직 2호점을 개업한지 2개월 밖에 안되었다니.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6. 10. 12. 07:58

중국은 대학교 앞에 창업카페가 많아지건,

그들이 잘나가는 기술창업 벤처기업을 여럿 성공시키던,

나랏님들 잘먹고 잘사는 얘기들이고,

삼성전자나 구글 페이스북이 국내에 여럿 생기던 말던,

개인의 삶은 1도 달라지지 않는데,

뭐 그런 뉴스 들어가며,

기죽어가며 헬조선은 망했다 이따위 VIBE에 섞여야 하는지.


그냥 상관 안코 내 하고 싶은거 하며

잘먹고 잘살면 대한민국이야 2750년에 사라지던 말던

내 관심 밖이면,

그저 행복하지 않을까?

Posted by Hoil 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