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2017. 4. 3. 00:00
결국 2월 말까지 2017년 동안 무엇을 할지 결정하지 못했고, 그러면 그냥 하던거 계속 하기로 했고, 그렇게 3월이 갔다. 3월 중에 도저히 이러다 내 청춘 다 흘러갈 것 같다는 생각에 또 다시 결심을 했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은 마치 무거운 바위를 옮기는 것 마냥 어려웠다.

그렇기 봄이 오고 만우절이 지났다. 내 마음 상태는 시작한 이후부터 계속해서 요동치고 있지만 묘안이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취업이라는 옵션이 있을 때는 어디 가서 회사 장악하고 급성장 하는 것은 내 인내심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전혀 어려운 것이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건만, 지금은 그 취업이라는 편안한 대안 마저도 사라져버린 상태라 지금 무척이나 우유부단하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아직 안해본 것들고 해야할 것도 많지만 쉽사리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 것은, 현재가 너무 편하기도 하거니와 별로 스트레스가 없기도 때문이고 버는 돈도 괜찮은 정도이기 때문인 것 같다. 언제는 답을 몰라서 못움직였었나. 때론 용기 부족을 탓했고 용기의 의미를 가진 타투를 새겼지만 쉽사리 생기는 것은 아니다.

길을 찾는다는 것은 너무너무 어려운 것 같다. 남들에 비해서 굉장히 다양한 옵션과 분야를 취해봤는데도 난 아직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모르겠다. 인턴부터 팀장까지 4개의 산업군에서 일해봤고 가게 사장까지 해봤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아니, 모르겠다기보다 내가 잘하고 하고싶어하는 것을 하기에는 나는 터무니 없는 약점을 갖고 있다.

학부를 다닐 때는 전략컨설팅이 멋있어보였고 나름 재미도 있었고 전략컨설팅 출신 상사로부터 잘한다고 칭찬도 많이 듣곤 했는데, 난 학력이 구려서 그 동네는 진입조차 할 수 없다. 하하하.

예술이나 하고 싶다고 생각을 하긴 한다만 그건 이미 지난 10년과는 너무도 다른 방향이기 때문에 쉽사리 선택이 안된다. 예술이야말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그런 수단이 될 수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결국 그래서 도달하는 결론은 20살 때 예술 혼이 불탈 때 그 때부터 체계적으로 예술을 배워서 했었어야했다는 것에 도달한다. 푸하...

그렇게 또 4월이 가고 나면 점점 속은 타들어 갈 것 같고 영혼을 죽이는 경험을 할 것 같은데. 난 도저히 잘 모르겠다. 예전에 EIR 오퍼와 세일즈 담당 헤드 오퍼를 받았을 때, 친한 형이 해준 조언은 좋는 오퍼긴 한데 또 그러면 영혼을 죽이는 경험이 될 것이라는 말 이었다. 근데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하.

아. 다 잊고 방콕이나 가서 팟타이나 먹고 수영하고 호텔에서 바삭바삭한 이불 덮고 잠이나 자고 싶다. 그러다 일어나서 나가서 맥주나 마시고 마사지나 받고 싶다. 그게 권태로워질 때 쯤 돌아와서 무엇을 할까에 대해서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고프다.

그러고보면 생각할 수 있는 옵션은 이미 다 나와있고 그 이후 부터는 계속 망설임의 연속인 것 같다. 망설이고 또 망설이고 망설이고 방향은 결정을 했지만 계속 출발은 하지 않고 있는 그런 기분. 뭐 출발하고 발 디디면 누구보다 잘 갈 수 있는 자신은 여전하지만, 난 지금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냥 누워서 음악이나 듣고 잠이나 자고 싶은 가보다.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7. 3. 31. 01:40
가상 세계의 자아는 현실과 괴리된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내고 실체를 왜곡시켜 아바타를 창조한다. 아바타가 사라지면 실체는 존재의 의미가 사라진다. 그만큼 모두가 실체는 잃고 아바타의 영향력에 사로잡혀있다. 내 독서량은 한달에 2권 남짓하지만 내 인스타그램엔 책과 글 사진 밖에 없어서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책 읽고 글쓰는 선비 인 줄 알곤 한다. (이건 사실 여러가지 시도해보다가 찾아낸 하나의 기믹이다)

인스타그램에 있는 수 많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쁜 여자들은 실체를 왜곡시키려 핸드폰을 뒤집어 들고 다리를 길게만들기도 하며, 페이스북에는 외로운 나는 제거되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있는 사진과 네트워크 관리를 위한 어나운스들만 있다. 링크드인에는 헤드헌터를 매혹시키기 위한 연봉 많이 줘야 할 것만 같은 내가 있고 트위터에는 익명의 병신력을 뽐내는 아바타가 있다. 스노우에는 눈코입이 개가된 내가 있듯 다양한 형태로 스스로를 복제하고 왜곡 중이다.

소셜미디어를 핵심은 현실과 괴리된 나를 만드는 것이고, 어떻게 하면 인간이 재미있어하고, 타 소셜미디어와 차별화된 나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게 넥스트 에반 스피겔이 될 수 있는 기회일 것 같다.

그렇다면, 남아있는 틈새는 기성 소셜미디어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이 가진 강점을, 새로운 아바타로 창조시킬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에 달려있을 것이다. 기존의 소셜미디어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호모 사피엔스들이 누구인지 찾아내야 한다. 페북에서 학력과 경력을 드러내지 않던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서 시각적 이미지만으로 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듯.
Posted by Hoil Kwon
신변잡기2017. 3. 21. 03:43

권태와 허무 그리고 진자운동

난 권태를 6개월이 지난 후 부터는 복리로 쌓기 시작해서 참다참다 1년이 되면 만기가 되어 끝내곤 했다. 추구했던 쾌락은 허무를, 익숙함은 권태를 놓고갔다. 쾌락은 종종 현재가 가장 중요한거 아니냐고 말하곤 했지만, 그건 당장 눈앞에 마시멜로를 먹을까말까를 주저할때나 유용했다. 처음엔 좋아보였던 것들도 익숙함의 녹이 슬면 각자의 권태를 털어내느라 분주하다.


선택과 집중, 두려움과 망설임



딴거 안보고 돈만 보기로 하고 경영을 전공 했으면, 기업가가 되어 전문직보다 '0' 여러 개 더 붙이는 수준은 되어야 그들의 사회적 리스펙을 상쇄한다. 돌이켜보면 그때 내가 포기한 것은 비단 수학 뿐만이 아니라 내 삶의 반쪽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반쪽 짜리 삶이 됐고 B+ 인생의 시작은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럼 이제는 더 언밸런스하게 크게 걸어보던가 아니면 집에 가자. 두려움은 직시하면 그 뿐이고.


자본과 시스템



부자들은 돈을 쓰는 것 같은데 그들은 열심히 일하면 자산가치가 높아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달마다 들어오는 돈을 매달 한푼 안남기고 다 쓰더라도 자산가치가 계속 올라가기 때문에 버는 돈이 더 크다. 그래서 난 시스템에서 돌이 됐다. 자산의 자산, 그 자산은 다른 인간의 자산, 그 인간은 또 다른 자산의 자산. 일하고 일하고 또 또 씨발. 정신 좀 차리고 시스템에 빡돌 나이는 아니잖아. 조금만 참아? 난 됐으니 너나 참아.


Posted by Hoil 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