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K는 역을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는 동안 머리 속에 무언가 스치고 있었다.
'나 그동안 뭐한거지, J는 가끔이라도 내 생각 했을까'
한여름의 밤, 사람들은 분주하게 약속장소로 걸어갔다.
K는 뒤를 한 번 돌아보았지만, J는 움직이는 사람들 속으로 사라졌다.
K에게 갑자기 어떤 이유가 생긴 것 같았다.
누구를 지나가다 마주쳤을 때,
그 때보다 잘 지내고 있지 못한게 마음에 걸렸다.
J와 같은 지하철 호선을 타기 때문에,
K는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며 잠시 시간을 멈춰세웠다.
깜짝놀라 내려앉았던 마음 속에 그 사이 쓰라림이 자리잡고,
K는 줄담배를 피워대며 생각했다.
'살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네, J가 나를 보긴 했겠지? 말이라도 걸어볼 껄 그랬나'
"안녕? 오랜만이다"
"깜짝이야 여기서 이렇게 만날줄은 몰랐네"
"그러게. 나도 놀랬다. 잘 지냈어? 여전히 이쁘네"
"똑같지 뭐. 오빠도 뭐가 바뀐 것 같네"
"응. 요즘 여름이라. 그땐 겨울이었으니까"
...
"그래. 잘 지내고"
"응. 너도. 항상 건강하고"
K는 '그래 말을 걸어봤자 무슨 얘기나 더 했겠냐' 하며,
차라리 못본 척 지나친게 다행이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