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2018. 7. 26. 08:57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그리고 에피퍼니 Epiphany



야구장에서 응원하던 팀의 타자가 2루타를 치는 순간,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을 직감했다는 하루키.


솔직히 개뻥아닙니까?


낭만적이기 위해 대략 흘려 적어낸 것이거나,

자기가 소설가가 된 이유를 낯낯이 밝히면,

작품과의 일관성이 떨어지기 떄문에 대충 둘러댄 말이겠지요?


곰곰이 학창시절부터 되새겨서 생각을 해보니,

자신은 음악과 책 읽는 것을 좋아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어휘력과 상상력, 섬세한 문체가 발달해서,

그래서 어쩌다보니 소설가가 되었다라는,


평범한 논리적 스토리는,

자신의 타입이 아니기 때문에 한 말.


그러니 왜 내게는 그런 에피퍼니의 순간이 없을까? 하는,

어설픈 자조는 날리지 않는 것으로 합시다.


에세이마저 자신의 소설적인 문체로 적어낸,

하루키의 의도적 패러프레이징일 뿐이니.




무엇인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것.



하루키가 말한,

소설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역량과 훈련, 자질 중


현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에 대한 판단은 유보시키는 것.


관찰의 결과물들을 생각 서랍 속에,

차근차근히 담아두고,


인상깊지 않은 것은 자연도태 되도록 양생하고,

결실이 되어 맺힌 엑기스가,


시간이 지나 '소설을 써야겠다'는 의욕으로,

풍화되도록 숙성시키는 것.


난 무언가에 대해서 판단을 내리는 것을 좋아하긴 했는데,

(왜냐면 그게 명쾌하고, 똑똑하고, 이지적이어보이니까)


그것은 어느 정도 타인의 인식을 지배하게 되고,

내가 여러번 동일한 판단을 반복해서 듣게 되면,

그 사고에 갇히고,


그런 용도로 잠언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기에, 간단명료해서 효율적이고,

그래서 한 동안 여러 인용구와 클리셰들을 수집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불쾌한 감정, 속이 꿰뚫리는 것을 싫어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기를 원한다거나,

"너의 꼰대적 판단과 조언 따위는 필요없어" 라는 반응이,

되돌아오는 것을 크게 한 번 느낀 후로,

하지 않게 되었다.


그 후 나도 나에 대한 판단을 꽤나 싫어하는 태도를 갖게 됐고,

허락없이 판단과 조언을 일삼는 사람과는, 경계의 담을 쌓는다.




오리지널리티 Originality



오리지널. 진땡.


오래 전부터 랩퍼들은 Keep it real 이라는 말로,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해왔다.


한국 힙합은 미국 힙합을 베끼기 바쁘니,

국내에서는 딱히 오리지널이 몇 없다.


그 중에 나는 종종, '진땡이고 싶음'을 말한,

리듬파워 보이비 솔로 앨범 Night Vibe 수록곡 번호를 들으며,

'몸은 묶여 있지만 영혼만은 자유롭길' 원하는 느낌을 상기한다.



하루키는 하루키만의 스타일이 있고,

이센스는 이센스만의 스타일이 있다.


내 스타일은 많은 실험을 거쳐서,

여전히 개발도상 중인지가 벌써 15년 째인가?




Writer's Block



글감이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작가가 겪는 슬럼프 기간.

그냥 괜한 슬럼프와 관련된 단어이기 때문에,

기억해보려고 적어놓았는데...


잠깐 생각해보니,

슬럼프는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나,

커리어하이를 찍는 도중에 찾아오는 것이고,


나는 요즘 그 누구보다 열심히!

게으름피우고 있으니,

Writer's Block은 나에게는 오지 않을 것이다.


이센스 노래가 생각납니다.


E SENS - Writer's Block (Feat. Beenzino) Remix






동해바다와 곶 (Cape)



양양 낙산사에서, 동해바다가 보고싶다.

태평양으로 흐르고자 하는, 시퍼런 야심.


곶을 보러 가고 싶다.


오키나와 본섬 최북단 헤도곶

포르투갈 대륙의 최서단 로카곶

게다가 북해도 최북단 왓카나이.


끝에서 바다를 내려다보고 싶은 것은,

무슨 마음의 상태를 대변하는 것일까?

Posted by Hoil Kwon